러 세자매의 폭력父 살인사건…시민 30만 "자매 석방하라"

기사등록 2019/08/22 16: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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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간 가정폭력 일삼은 아버지 살해
러, 가정폭력 관련 처벌법 미약해

associate_pic4【모스크바=AP/뉴시스】 가정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 미하일 하탸투랸을 살해한 혐의로 크레스티나(왼쪽), 안젤리나(가운데), 마리아가 지난 6월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방 법원에 출석했다. 2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들은 수년 동안 자신을 학대한 하탸투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9.8.22.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러시아 시민들이 가정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20년 징역형의 위기에 처한 세 자매의 석방 운동을 펼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자매의 석방탄원서에는 30만 명 이상이 서명했으며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도 공연됐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8년 7월27일. 세 자매의 아버지 미하일 하탸투랸(57)은 당시 19세였던 크레스티나, 18살 안젤리나, 17살 마리아를 차례로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그는 자매들이 집을 제대로 청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꾸짖고 얼굴에 후추 가스를 뿌렸다.

그날 밤 세 자매는 각자 칼과 망치, 후추 스프레이를 들고 아버지를 공격했다. 하탸투란의 사체에서는 30개가 넘는 자상이 발견됐다.

자매는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하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며 사건은 반전됐다. 하탸투랸이 최소 3년 이상 세 자매를 때리거나 고문, 감금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세 자매는 하탸투란의 성적 학대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사건은 순식간에 러시아 전역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인권 운동가들은 "세 자매는 아버지의 학대로부터 피할 수 없었고 보호받을 수단도 없었다"며 "이들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에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2017년 가정폭력 관련법을 도입했으나 가해자가 초범이고 피해자가 병원에 입원할 만큼 심한 상처를 입지 않았다면 벌금, 혹은 2주 이하의 징역이라는 매우 가벼운 형벌을 받는 데 그친다.

경찰은 가정폭력을 단순한 가족 문제로 치부하며 개입조차 꺼리고 있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하탸투랸의 폭력에 시달리던 세 자매의 어머니는 수년 전 그를 가정폭력으로 신고했으나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하탸투랸을 무서워하던 이웃들도 이 여성들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세 자매의 어머니는 하탸투랸과 별거 중이었다. 하탸투랸은 딸들이 어머니와 만나지 못하게 막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과 평가에 따르면 사회에서 고립된 채 하탸투랸의 폭력 속에서 성장한 세 자매는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사건이 대중의 주목을 받자 경찰은 세 자매의 언론 접촉을 막고, 서로 대화도 할 수 없게 했다.

검찰은 기소장에 세 자매가 자고 있던 하탸투랸을 살해한 점, 사건 당일 아침 칼을 미리 준비했던 점 등을 이유로 이들이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세 자매의 범행 동기를 '복수'라고 명시했다.

만약 검찰의 기소한 살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이들 자매는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된다.

세 자매의 변호인은 "이들의 행위는 자기방어였다"며 "러시아 형법은 즉각적인 공격뿐 아니라 인질로 잡혀 고문을 당하는 경우 등 지속적인 범죄에 대해서도 자기방어를 인정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러시아에서 가정 폭력은 상당히 만연하다.

인권운동가들은 4가구당 1명의 여성이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범죄 전문가는 "러시아의 여성 수감자 80%는 가정 폭력에 대한 자기방어 중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잡혀 온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세 자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시 낭송, 집회, 연극 등으로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여성운동가인 다리아 세롄코는 "가정 폭력이야말로 러시아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를 무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경험이 아닐지라도 사회의 가정폭력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며 세 자매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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