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장대호에게 삶에 대한 애착은 없었다

기사등록 2019/08/21 14: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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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끔찍한 범행동기 평소 성향 조사… 전과는 없어
'흙수저'로 게임개발, 새우잡이배 선원 등 직업 다양
학폭에 "의자 모서리로 상대 머리 찍어야" 댓글도

associate_pic4【고양=뉴시스】 김진아 기자 = 모텔 투숙객을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 내 한강에 유기한 피의자 장대호가 21일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고양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19.08.21.  bluesoda@newsis.com
【의정부=뉴시스】이호진 기자 = 경찰이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 장대호(38)가 인터넷 포털에 게시한 글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의문을 낳은 그의 특이한 행동들이 삶에 대한 애착을 잃은 데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짙어 ‘이제 나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이 범행 전후 행동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1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과 고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장대호에 대한 보강조사에서 범행 과정과 증거물 등에 대해 살펴본 뒤 범행 동기와 평소 성향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20일 장대호가 인터넷 포털에서 활동하면서 남긴 글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그의 사고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더 증폭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한다.

한 인터넷 포털 질문/답변 코너에 남은 장대호의 글을 살펴보면 평소 그가 20대부터 삶에 대한 의욕이 크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다.

게임개발부터 푸드트럭, 새우잡이배 선원, 모텔 종업원 등 다양한 일을 했던 그는 특별한 전과기록조차 없는 전형적인 ‘흙수저’로, 20대에는 삼국지와 한국 고대사를 좋아하는 게임 개발자로 활동하면서 역사물 게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27세 때 안락사에 대한 글에 남긴 답변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를 ‘열성 유전자’라고 지칭하면서 안락사를 원하는 자신을 ‘같은 부류’, ‘열성 유전자’로 표현하는 등 이때부터 생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특히 그가 답변 글에 참수를 안락사라고 표현한 만큼 사체를 토막내 유기한 이번 범행에도 이 같은 사고방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장대호가 남긴 글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학교 내 괴롭힘에 대한 장씨의 답변이다.

그는 ‘싸움을 안 하겠다는 것은 영원히 괴롭힘을 당하겠다는 계약’이라며 ‘의자 모서리로 상대 머리를 정확히 찍어야 한다’와 같은 위험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평소 ‘당한 만큼 갚는다’는 그의 자의식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피해자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낸 이번 범행과정에서도 큰 죄의식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1차 조사에서 한강에 시신을 유기한 이유에 대해 “한강에 버리면 물고기 밥이 될 줄 알았다”고 진술했으며, 이날 보강조사를 위해 고양경찰서에 들어가면서도 “유가족들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흉악범이 나쁜 놈을 죽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범행의 무대가 된 모텔 역시 거듭된 실패와 낮아진 자존감으로 삶에 흥미를 잃은 그에게 남은 유일한 자신만의 영역이었던 만큼 통제가 되지 않는 손님에게 영역을 침범 당했다는 생각이 분노를 더 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년 가까이 모텔과 호텔 종업원으로 활동한 그는 2016년 한 인터넷 사이트에 ‘진상고객 유형별 대처 요령’이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그동안 접객과 숙박업소 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그가 남긴 대처 요령에는 진상고객부터 폭력배, 공갈범까지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손님은 없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런 그가 이번 범행 피해자와의 언쟁에서 마찰을 겪으면서 자신조차 통제하지 못한 셈이다.

장대호에 대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잔인한 면모와는 반대로 부모의 직업을 부끄러워하는 학생의 상담글에는 학생의 부모를 치켜세우며 학생을 타이르는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 작명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에도 상당한 역술 지식을 동원해 답변하는 등 다방면에 상식이 풍부한 평범한 20~30대 남성의 모습도 답변 속에 남아있다.

이런 인터넷 활동 내역을 종합해보면 결국 이번 범죄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실패로 인한 우울증, 직무과정에서 누적된 스트레스가 한순간 폭발하면서 그 책임이 모두 피해자에게 전가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대호와 같은 모텔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평소 장씨를 찾아오는 사람은 전혀 없었으며, 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인터넷 댓글을 자주 달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보강조사에서 구체적 범행 동기나 추가 범죄 여부, 인터넷 게시글에 나타난 의문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계획”이라며 “본인이 정신질환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고, 정신감정에만 1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아직 정신감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asak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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