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큰 욕심, 엉성한 결과물···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

기사등록 2019/08/21 11:26:01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역사적 사실에 뛰어난 상상력이 결합한 팩션 사극을 꿈꿨지만, 상상력의 한계만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다. 재미뿐 아니라 교훈까지 주려했건만, 둘 다 놓쳐 버린 이도저도 아닌 영화다. 이쯤되면 영화의 장르를 무어라 정의해야 할는지도 의문이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전국을 떠돌며 기상천외한 재주로 사람들을 홀리는 광대패 5인과 한명회, 세조가 중심인물이다. 덕호(조진웅)는 공갈패의 우두머리이자 총연출자다. 홍칠(고창석)은 기술, 근덕(김슬기)은 음향, 진상(윤박)은 미술을 담당한다. 막내 팔풍(김민석)은 빠른 몸놀림으로 묘기를 부리고 잡일을 거든다. 이들은 한명회(손현주)로부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박희순)의 미담을 만들어 민심을 돌리라는 명을 받게 된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세조실록에 기록된 기이한 현상과 야사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광대패가 이 일들을 연출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세조실록과 유명한 야사로 기록된 사건들을 광대패가 하나하나 재연해 내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임금이 행차하자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임금이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는 '정이품송' 이야기, 임금의 행차 길에 꽃비가 내렸다는 이야기, 문수보살이 현신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영화의 설정은 광대패가 일종의 영화처럼 상황을 연출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영화적 설정으로 보기에 매상황이 재현되는 과정이 크게 참신하지 않고, 개연성도 떨어진다. 현대의 장비들과 비슷한 원리로 구현되나, 그 겉모습만 예스럽게 바꾼 듯한 장비들은 상상력의 발휘라고 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머릿속에 '과연 가능했을까?'란 의문을 품게 한다.

영화가 막바지로 흐르면 광대들의 연출 스케일 또한 커진다. 이 과정에서 광대들이 하는 연출과 작전에 '있음직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광대들의 상황 조작이 우둔한 민중을 속일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해 설득당하더라도, 그 시대 최고의 브레인이라 할 수 있는 대신들까지 광대들에게 놀아나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감정의 최고조가 아닌 '어이없음'과 '실소'의 최고치를 찍게 할 뿐이다.


광대들 각각의 캐릭터들과 말투, 오줌싸개 캐릭터 설정,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메오까지 웃음을 주고자 한 포인트들이 보이지만, 웃음은 터지지 않는다. 코믹 요소가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기대하고 영화관에 들어서는 관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그저 밋밋하게 전개되며, 매사건의 증명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감독의 메시지도 세련되게 전달되지 않을뿐더러, 가짜뉴스라는 현실 풍자 메시지가 담긴 것도 아니다. 김주호(44)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이 작품이 가짜뉴스 문제를 겨냥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확실히 했다. 더 큰 차원의 '역사적 속성'에 관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감독이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는 영화의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보다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공감이 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손현주(54), 박희순(49), 조진웅(43)의 호연은 빛나지만, 윤박(32)의 연기력은 혀를 차게 만든다. 특히 중간에 눈물을 흘리며 감정을 토로하는 신에서는 이 캐릭터가 장난을 치고 있는 건지, 진지하게 말을 하는 건지 구분이 모호할만큼 어색하고 알 수 없는 연기를 한다. 출연진의 연기력에 구멍이 없었던만큼 그의 연기가 더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의 러닝타임 108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갈 힘이 달리는 영화다. 12세 이상관람가다. 12세 아이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까.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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