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성우 "화를 다스리고 수줍어한다, 거룩하진 않아도"

기사등록 2019/08/13 14:46:44

영화 '변신' 주연

배성우
배성우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대중이 그를 잘 모르던 시절, 배성우(47)는 배성재(41) 아나운서의 형으로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필모그래피와 연기 내공을 쌓아 '더 킹', '안시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이제는 동생보다 더 유명한 배우로 거듭났다.

이번 작품 '변신'은 그에게 의미가 특히 크다. 배성우는 이 영화를 통해 최초로 '1번 주연'에 이름을 올렸다.

배성우는 "그저 고맙다. 작년 초반 '라이브'를 출연할 당시에 대본을 처음 받았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었다. 드라마가 너무 바쁠 때라 즉답을 못 했는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너무 고마웠다. 지금은 영화가 개봉을 앞둔 상태다 보니 부담감이 더 큰 건 사실"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변신'은 호불호가 있는 영화라고 본다.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는 걸 듣고 고민이 많이 되더라. 내 안에도 호불호가 있다. 다른 배우들 나온 부분은 좋았는데, 내가 나온 부분은 아쉬움이 있다. 본인이 나오면 되게 민망하다. 그래서 더 까다롭게 보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어제는 관객들 반응을 보느라 제대로 못 본 것 같다"고 한다.
가톨릭 사제 연기는 처음이다. "신기했다. 지금까지 사제복은 꽃미남 배우들이 많이 입어 왔다. 그래서 웃겼다. '나한테 이걸 왜 입히지'란 생각이 들었다. 사촌이 신부인데 그 친구 같은 느낌이 들겠거니 생각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극중 정서가 있지 않나. 내가 맡은 '중수'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 사람에 대한 죄책감,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있는 인물이다. 그런 쪽으로 정서적 표현을 더 신경쓰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촬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라틴어를 외우는 것이었다. "라틴어를 거꾸로 외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라틴어를 반대로 외우는 건 글자로써 외워야 하니 어려웠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꿈에서도 대사를 외우더라. 아직 완벽히 준비가 안됐다고 생각하고 세트장을 갔는데, 다 외워져 있더라. 놀라웠다."

배성우는 라틴어 교사로부터 '거룩하지 않다'라는 애드리브를 얻기도 했다. "라틴어 선생님이 신학과를 나왔다. '왜 신부가 왜 안 됐느냐'고 물어보니 '거룩하지가 않아서'라고 하더라. 자기들끼리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하더라. 그것을 가져와서 실제 대사에 사용했다. 스스로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일 때 사용했다"라고 전했다.
영화 '변신'은 악마가 가족의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린다. 배성우는 어릴 적 실제로 이와 비슷한 꿈을 꿨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 때 옆집과 거의 식구처럼 지냈다. 옆집에 자매가 살았는데 언니가 나랑 동갑이었고, 동생은 배성재보다 몇 살 더 많았다. 서로 집을 오가며 밥을 먹곤 했다. 어느 날 꿈을 꿨는데 그 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집 아줌마가 이상하더라. 이상하게 반찬 투정을 한다고 뭐라고 하더라. 나를 해하고자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꿈속 아줌마가 무섭기보다 옆집 아줌마가 잘못됐을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그 아줌마를 찾으러 나갔다.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변신'의 내용이 실제 상황에서 나타난다면, 가족으로 바뀐 악마가 무섭기보다 실제 가족의 안위가 더 걱정될 것 같다".

공포 영화의 주연을 맡은 것과 달리 현실 속 그는 공포 영화를 보지 못한다. "서른살에 '엑소시스트'를 보면서 공포 영화를 못 보게 됐다. 예전 영화라 분장이 다 티가 났는데도, 영화 자체의 공기가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소문들도 두려웠다. 실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했다고 들었다. 영화가 너무 공포스러웠고, 같이 본 친구들도 '엄마랑 자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한옥에 살 땐데 마당에 나가면 귀신에 들릴까 무서웠다. 그리고서 공포 영화를 보지 않았다. 굳이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 준비를 위해 엑소시즘과 관련한 영화를 두루 챙겨봤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컨저링' 시리즈를 봤다. 긴장을 많이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무섭지 않더라. 영화 메커니즘을 알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옷장 같은 장면은 딱봐도 뒤에서 누가 잡고 있구나.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분장이나, CG를 저렇게 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봤다. 겁먹지 않으려고 그렇게 봤던 것 같기도 하다. '검은 사제들', '곡성' 모두 무섭지 않았다. '곡성'은 심지어 웃겼다. 나홍진 감독도 코믹물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웃음 포인트가 있다"고 평했다.
극중 배성우는 극도의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대로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화가 날수록 생각을 많이 한다. 배성우는 "이제는 화가 나도 머리를 쓰는 것 같다. 이 상황에서 분노를 가장 잘 표현할 방법이 뭘까. 내가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걸 적절히 표현해서 이 사람이 미안해하고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더라. 머리를 안 굴리고 폭발하는 건 화에 졌다는 것"이라며 화가 날수록 차분해지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유시민 작가가 '사람들이 최근 화가 많아진 거 같다. 화가날 때 저 사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하고 생각하면 화를 컨트롤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에 공감한다. 특히 운전하게 되면 사람이 안 보이고 차가 보이기 때문에 인격체로 안 보여 화가나는 경우가 잦다. 저 사람이 대변이 몹시 마렵거나 일상에 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화가 줄어든다"고 짚었다.

한편, 배성우는 9일 방송된 KBS 2TV '연예가 중계'에서 '정우성, 조인성에게 외모가 뒤지지 않는다'는 거짓말 탐지기 결과에 대해 해명했다. 실제로 최근 섹시하다는 반응이 많아졌다는 말에 그는 "거짓말 탐지기에서 '정우성, 조인성만큼 잘생겼다'에 아니라고 했는데, 결과가 거짓으로 나왔다. 벌칙으로 노래 라이브를 했는데 이후로 섹시하다는 반응이 있다. 놀리려고 그러는 것 같다. 팬들도 나를 놀리고자 그러는 것 같다. 정우성, 조인성은 지구인 느낌이 아니다"고 웃겼다.

시종 호탕한 웃음과 재밌는 말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실제로 낯가림이 많다고 한다. "낯가림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도 되게 수줍다"고 털어놓았다.

수줍음 많은 배성우가 전혀 다르게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변신'은 21일 개봉한다. 112분, 15세 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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