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기업 떠나고 일자리 줄고…'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구미공단

기사등록 2019/05/23 11:01:13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대기업 이탈

근로자 수 줄고, 공장 가동률 하락

구미시등 특별한 대책 없어…대책마련 시급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DB)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DB)
【구미=뉴시스】박홍식 기자 =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이하 구미공단)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구미는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줄면서 각종 경기지표가 추락하고 있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대기업 이탈로 구미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구미공단의 근로자 수는 올 들어 9만 명 선이 무너졌다. 공장 가동률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970~1980년대 구미의 성장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그러나 구미시의 뚜렷한 해결대책은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수출 줄고, 근로자 수 급감

1971년 1313명에 불과했던 구미공단 근로자 수는 1975년 1만 명을 넘어섰다.

1977년 2만 1717명, 1978년 4만 666명에서 2015년 10만 224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최근 4년 사이 9만 5901명으로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수출도 줄었다. 지난해 구미공단 수출액은 258억 달러에 불과했다.

2013년 367억 달러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7%를 차지했던 6년 전과 비교하면 100억 달러 이상 급감했다.

수출액의 50%대를 차지하는 전자제품 수출액이 하락했기 때문이다.구미지역 경제계는 전자산업 중심의 구미공단의 산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기준 공장 가동률은 62%, 50인 미만 기업의 경우 30.7%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구미공단 기업들이 잇달아 구미를 떠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LG·삼성 대기업 이탈로 구미지역경제 '휘청'

구미의 대기업인 LG디스플레이는 2000년대 중반 생산 중심지를 경기도 파주로 옮겼다.

삼성전자도 2010년 휴대전화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구미국가5산업단지 조성 (사진=뉴시스 DB)
구미국가5산업단지 조성 (사진=뉴시스 DB)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는 중국으로 떠났고, 최근엔 네트워크사업부 일부가 수원으로 옮겼다.

대기업의 이탈은 구미지역 경제와 중소기업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그 여파가 누적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구미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삼성, LG 등 협력업체가 모여 있던 구미산업단지 1단지에는 ‘공장 임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어지럽게 붙어 있고, 빈 상가도 갈수록 늘고 있다.

24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미공단 주변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4%를 넘어서고 있다.제법 규모가 큰 상가의 절반이 비었다는 뜻이다.

구미시 공단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55)씨는 “예년 이맘때면 단체 회식으로 예약이 밀렸으나 요즘은 뚝 끊겼다”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상당수 가게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A사는 최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주문과 판매량이 크게 줄어 재고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임모(46) 부장은 “제품을 사가던 유통업자들이 재고보다 현금을 보유하려는 바람에 판매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구미공단의 경기침체는 주력업종 약화, 대기업 의존 구조, 연구개발 등 역량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구미를 떠나고 1·2차 밴드가 함께 빠져나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미지역 실업률도 5.2%로 전국 226개 시·군 중 상위권에 든다.청년 실업률도 14.8%에 달한다.

◇구미5공단 조성, 분양률 저조

한국수자원공사는 구미5공단을 조성해 최근 분양에 나섰지만 내수불황과 높은 분양가 때문으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미시는 당초 5공단이 완공되면 전자, 정보기기, 신소재 등 다양한 미래형 산업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경북 구미공단 진입로에 있는 수출탑 (사진=뉴시스 DB)
경북 구미공단 진입로에 있는 수출탑 (사진=뉴시스 DB)
약 10조원의 부가가치와 22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그러나 1단계 공정(375만 4000㎡)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재 분양률은 25%에 불과하다.

올해 초 구미시민들은 정부와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들여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5공단에 유치하고자 힘을 모아왔다.

전국적 관심이 구미로 쏠렸지만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LG, 삼성에 이어 SK마저 수도권에 빼앗긴 상처는 구미 곳곳에 남아 있다.

한 시민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내 곳곳에 SK하이닉스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구미시내를 뒤덮었다. 결과적으로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노력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다행히 정부가 올해 초 삼성, SK, LG그룹 등에 구미지역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를 제안해 구미경제 회복에 청신호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제2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기업 파트너로 LG그룹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이 구미지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김달호 경제조사부장은 “대기업 이탈 및 내수경기 불황 같은 외부요인과 내부 문제로 구미산단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여러 지표를 통해 경기침체 장기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전국 최고의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구미는 대규모 부지와 50년간 축적된 산업기술 노하우가 있는 만큼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유치 확대와 채용을 늘릴 수 있는 친기업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시, 구미공단 조성 50주년 비전 기대

1969년 조성된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올해 50주년을 맞았다.구미시는 오는 9월 구미 국가산업단지 조성 50주년을 기념하는 시민축제를 연다.

한국 근대화를 이끈 구미공단의 50년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100년의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단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9월16~22일을 구미산단 5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해 1주일간 기념식과 문화,체육, 예술분야 시민축제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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