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폭력 근절과 평화 위하여···소설 '무지개 새'

기사등록 2019/05/16 06:37:00 최종수정 2019/05/20 11: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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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정말로 단 한순간의 차이로 무언가가 결정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다. 가쓰야는 화면에 크게 비친 아이돌 소녀의 웃는 얼굴을 쳐다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 한순간의 차이가 없었더라면 마유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었겠지. 그건 비단 마유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그런 여자들을 몇 명이나 봐왔다."

일본 작가 메도루마 순(59)의 첫 장편소설 '무지개 새'가 번역·출간됐다. 메도루마는 오키나와전쟁과 미군기지 문제를 문학적 주제로 삼았다. 오키나와의 비극적 역사와 현실 인식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내 일본문단에서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키나와에서의 폭력 근절과 평화를 향한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성노예 상태에 빠진 미성년자 마유와 그녀를 관리하는 조직폭력배 일원 가쓰야가 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1995년 9월 4일, 오키나와 북부 나고에서 미군 셋이 오키나와 소녀를 성폭행한다. 섬 전체에 크나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미군기지 철폐 투쟁이 이어졌다. '전쟁 위협'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2차 세계대전의 후과와 냉전 상징인 군사기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갔다. 1995년 이후 오키나와의 정치적 상황이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오키나와인이 폭력구조를 받아들이고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상상력조차 결여하고 있음을 소설은 파헤친다. 소녀폭행사건을 일으킨 미군을 응징하는 논리구조를 내세우는 한편, 오키나와 사회의 나태함을 파고든다.

"전날 주택 앞에서 바비큐를 하고 있던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남동생과 함께 놀고 있던 소녀가 오키나와 남자에게 폭행을 당하면 얼마나 소란 법석을 떨까? 하고 생각해봤다. 미군병사에게 오키나와 소녀가 당했다면 똑같이 대갚음해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실행하는 녀석이 50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니. 이곳은 습격을 하는 놈과 당하는 놈이 정해져 있는 그런 섬이다."

옮긴이 곽형덕씨는 "'무지개 새'가 겨누는 창끝은 오키나와를 억압하는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 '치유의 섬'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에 안주하는 섬 내부로도 향하고 있다. 메도루마는 '무지개 새' '희망' '기억의 숲'에서 미군기지 문제를 자신의 작품 세계 깊숙이 끌어들여, 폭력이 연쇄적으로 발생되고 있음에도 전쟁의 기억이 단절돼 가는 오키나와의 상황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렇기에 '무지개 새'는 누가 오키나와에 폭력을 가하고 있는가를 궁구한 내용이라기보다 견고한 폭력의 구조를 제의적으로 파괴하는 의식의 한 형태로 보여준 수작"이라고 했다. 256쪽, 1만3000원, 아시아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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