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준호(50) 감독이 작품 구상 배경을 밝혔다.
봉 감독은 "영화를 맨 처음 구상한 건 2013년 겨울로 기억한다. 2013년 처음 구상해서 제작자들과 얘기 나눌 때는 '데칼코마니'라는 가제로 1년 정도 진행했다. 어떤 느낌인지 상상이 갈 것 같은데, 전혀 다른 두 가족이 아주 독특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이라고 말했다.
"기우라는 백수 가족의 장남이 경계선을 허물며 영화가 시작된다. 두 공간의 대비가 필요했고 극과 극의 환경을 한 영화에서 보여주기 위해 영화 속에서 두 가족이 사는 집 등에 극명한 대비를 줬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은 계층 간 존재하는 경계선과 그 경계선 내 각기 다른 동선을 가진 사람들의 조우를 통해 '상생과 공생'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다.
실제로 봉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인물들의 동선에 공을 들였다. 배우 최우식(29)은 "다른 현장과 달리 동선이 되게 많았다. 그 동선을 따라 연기하는 것이 어렵지만, 되게 재밌었던 점이었다. 많이 배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이상한 사람들 혹은 이상한 사고를 하는 그런 가족이 아니다. 가장 평범하고 이 사회에서 가장 열심히 살아가는 그런 가족이다. 기택이라는 사람도 본인은 열심히 가족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처해진 상황이 녹록지 않고 힘든 가운데서 사건들을 맞게 된다. 그 속에서도 기택은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사고를 하는 인물이다. 연체동물같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그 모습이 특이하기보다 주변에 있는 이웃, 나 자신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글로벌 IT기업의 젊은 CEO 박 사장 역을 맡았다. 회사를 스스로 일군 유능함에다 유명 건축가가 지은 저택,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딸과 아들 등 기택과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가장이다. 이선균은 박 사장 역에 대해 "친절함과 나이스함을 굉장히 지키려고 하는 인물이다. 자기가 만들어 놓은 선을 넘지 않으려면 강박증이 있다. 어떻게 보면 생각이 굉장히 넓지만 어떻게 보면 좁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봉 감독은 배우들 간의 팀워크를 높이 평가했다. "영화의 훌륭함은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화학작용을 해 모든 배우들이 핵융합을 이뤘다. 화학작용이 워낙 좋아 내가 할게 없었다. 배우들이 부드럽고 유연한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좋았다. 배우들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물 흐르 듯이 흐른 과정, 이분들 사이에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지 관객의 입장으로서 봤다."
그러면서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두 가족들의 극과 극의 상황,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족들 모습은 전 세계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그런 면에서는 1분 내에 외국 관객들에게도 파고들 수 있는 영화"라고 자부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이 겸손의 말씀으로 본인의 수상 가능성이 낮다고 말씀한거다. 배우들은 n분의 1 분량으로 (활약이) 상당히 낮고, 대신 봉준호 감독이 어마어마한 (역할을 했다) 칸 영화제 수상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봉준호 감독의 놀라운 작품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을 포함한 배우들을 낮추고 봉 감독을 치켜세웠다.
'기생충'은 식구들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선생 면접을 위해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발을 들이게 되고, 두 가족의 만남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간다는 내용이다. 송강호와 이선균, 조여정(38), 최우식, 박소담 등이 출연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영차', '옥자' 등에 이어 봉 감독이 내놓은 7번째 장편 영화다. 영화마다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 봉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상생과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누가 누군가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에 대한 염려와 고민을 전한다.
가족희비극 '기생충'은 5월 말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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