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당타이손 "음악과 미식의 성찬입니다"

기사등록 2019/04/22 16:10:45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피아니스트는 특히 외로운 연주자다. 독주를 할 때가 많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보스가 되고, 중요한 연주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실내악으로 다른 연주자와 협연할 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에고’를 잊고 함께 연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베트남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61)이 제14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에 참가한다. 23일부터 5월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윤보선 고택, 가톨릭문화원 아트센터 실비아홀 등지에서 펼쳐지는 이 축전은 국내 대표적인 실내악 음악축제다.
 
여러 번 내한한 당타이손이 한국에서 실내악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그는 한국에서 마니아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2015년 피아니스트 조성진(25)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쇼팽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1980년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주인공이다. '아시아 연주자들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답게 쇼팽의 작품을 주요 레퍼토리로 한 피아노 리사이틀과 협연 무대를 주로 선보여왔는데, 이번 SSF에서도 쇼팽 대가다운 무대를 뽐낸다.

27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 작은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애나 리와 김예원, 비올라 이수민, 첼로 심준호, 더블베이스 고명수와 함께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페데레프스키가 피아노와 현악 5중주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버전을 연주한다.

또 피아노 김영호, 바이올린 강동석과 김예원, 비올라 김상진, 첼로 심준호 등과 함께 슈트라우스 2세의 '남국의 장미'를 쇤베르크가 편곡한 버전으로 들려준다.

'컨티넨털 퀴진'이라는 타이틀로 25일 오후 7시30분 세종체임버홀에서는 열리는 공연에서는 바이올린 김재영과 김영욱, 비올라 김규현, 첼로 이정란과 함께 프랑크 피아노 5중주 바단조를 선보인다.

이번 SSF의 주제는 클래식 음악과 음식을 매칭한다는 뜻의 '음악과 미식'(Music & Gastronomy)이다.

당타이손은 "음식과 음악은 비슷한 점이 많다"며 이번 주제를 반겼다. "맛있는 음악과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데 모두 타이밍이 중요하다. 원래 조리 시간보다 길면 요리를 망치고, 원래 조리시간보다 짧으면 음식이 익지 않는다. 음악도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직관이 중요하다'는 점도 음악과 음식의 공통점이라고 여겼다. "책과 인터넷에 있는 레시피 그대로 하면, 요리가 맛이 없을 수 있다. 직관을 따라할 때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 멋진 음악도 마찬가지다. 직관적으로 음악적 요소를 배치할 때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본인도 요리가 취미다.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것을 즐긴다"며 웃었다.

한국 실내악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젊은 현악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이 이번에도 힘을 보탠다. 노부스콰르텟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올해 미식과 음악이 결합돼 청중의 이해가 더 쉬워질 것 같다"면서 "맛이 여러 음악 색깔로 표현이 되는데, 그 만큼 흥미로운 레퍼토리가 많다. 실내악 팀으로서 매년 참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흡족해했다.

SSF는 어느덧 10년을 훌쩍 넘겼다. 국내에서 청중층이 얇은 실내악 관련 축전이 오래 이어질 수 있었던 데는 강동성 예술감독의 공이 크다. 올해 ‘음악과 미식’을 주제로 삼은 것과 관련, 강 감독은 "음악가는 혼자 낯선 고장을 여행하면서 음식을 혼자서 먹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음악가들에게 음식은 중요하고, 미식가들이 많다"고 답했다.

"안정적인 재원을 꾸려나가는 것이 힘들지만, 음악적으로 보람이 있고 재미있다"며 SSF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축전에는 당 타이 손 외에도 프랑스 하피스트 이자벨 모레티,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파벨 베르니코프 등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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