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왜 어산지 버렸나…대통령 "버릇없는 망나니"

기사등록 2019/04/12 13:10:00

외무장관, 의회에 어산지 보호조치 철회 9가지 이유 보고

"대사관 직원 위협하고 주먹다짐…돈도 많이 들어"

【런던=AP/뉴시스】 고발·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지방법원에 도착해 기자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어산지는 미국 송환 문제를 놓고 법정 싸움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019.04.12.
【런던=AP/뉴시스】 고발·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지방법원에 도착해 기자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어산지는 미국 송환 문제를 놓고 법정 싸움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019.04.12.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위키리스크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은신한지 7년만에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에콰도르 정부가 보호 조치를 철회하고 영국 경찰의 대사관 진입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인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국 기밀문서 수십만건을 공개해 미국 정부로부터 수배된 인물이다.

어산지는 다음해 스웨덴 여행 중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미국 송환을 위한 음모라며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한 뒤 은신해왔다.

반미주의자인 라파엘 코레아 당시 대통령은 어산지의 망명 신청을 승인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지만 2017년 집권한 친미 성향의 레닌 모레노 대통령은 어산지를 압박해왔다.

특히 위키리크스가 모레노 대통령의 아내와 딸이 춤을 추는 모습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자 어산지를 추방하겠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냈다.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 정부는 11일 의회에 어산지 보호조치를 철회한 이유로 ▲다른 국가 정치 개입(meddling)▲무례함(rudness) 등 9가지를 보고했다.

호세 발렌시아 외무부 장관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에콰도르와 다른 국가의 관계를 악화하는 어산지의 무수한 정치 간섭 행위는 런던대사관 체류를 끝낼 수밖에 없게 했다"고 보고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지난해 3월 어산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카탈루냐 분리독립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의견을 올리며 논란을 일으키자 내정간섭 금지 등 망명 규정을 추가한 바 있다.

어산지의 처신도 문제가 됐다. 발렌시아 장관은 "어산지가 협소한 대사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축구를 해 직원들을 위협하고 학대하고 보안요원들과 주먹다짐을 했다"고 했다.

그는 "내부 고발자(어산지)와 변호사들은 에콰도르 관리들이 다른 나라(미국)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에콰도르에 '증오적 위협(insulting threats)'를 했다"고도 했다. 위키리크스는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에콰도르 대사관이 어산지를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전반적인 감시를 벌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키토(에콰도르)=AP/뉴시스】마리아 폴라 로모 에콰도르 내무장관이 11일 수도 키토에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런던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이날 어산지의 측근이자 위키리크스의 핵심 인물인 스웨덴 출신 소프트개발업자 올라 비니를 키토 공항에서 체포했다. 2019.4.12
【키토(에콰도르)=AP/뉴시스】마리아 폴라 로모 에콰도르 내무장관이 11일 수도 키토에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런던에서 영국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이날 어산지의 측근이자 위키리크스의 핵심 인물인 스웨덴 출신 소프트개발업자 올라 비니를 키토 공항에서 체포했다. 2019.4.12
소화장애 등 건강 이상도 거론됐다. 발렌시아 장관은 "어산지가 대사관 건물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건강이 악화 되는 것도 큰 걱정거리였다"고 했다.

이밖에 발렌시아 장관은 "영국 정부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면 에콰도르가 그를 영원히 대사관에 머물게 해야 한다"며 "그의 체류 비용이 매우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에콰도르는 2012~2018년 어산지의 안전을 위해 580만달러(약66억원)를 지출했다. 의료비와 식비, 세탁비 만으로 40만달러가 들었다.

발렌시아 장관은 "법망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에 대해 망명을 연장할 수 없다"며 "그가 고문이나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나라로 인도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이날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어산지에 대해 '비참한 해커'(miserable hacker)', '버릇없는 망나니'(spoiled brat)라는 힐난했다.

그는 어산지가 런던 대사관 건물 벽에 대변을 묻힌 일화를 전한 뒤 "어산지가 에콰도르를 삼류 국가(third-rate country)로 보는 신호"라고도 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누구도 피신처와 보호, 음식을 받으면 집주인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관용적인 사람들이지만 어리석지는 않다"고 했다.

아울러 "에콰도르는 정부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비참한 해커들이 아닌 정말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 망명을 허용하기 위해 더욱 신중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코레아 전 대통령은 AP와 인터뷰에서 모레노 대통령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산지는 전쟁 범죄를 고발했다. 정보를 제공한 유일한 사람"이라며 "왜 뉴욕타임스, 가디언, 엘 파이스 기자와 사주는 감옥에 갇히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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