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돼온 북미 긴장 완화 반전…핵협상 재개될까

기사등록 2019/03/26 10:49:30

트럼프 미 대통령, '제재 취소 지시' 트윗 계기

내년 대선 재선 가능성 높아진 점도 긍적적

북, 위성 발사 안하면 북미 정상 다시 만날 듯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부소장이 출경하고 있다. 2019.03.25.   photo@newsis.com
【파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김창수 부소장이 출경하고 있다. 2019.03.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지난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악화하기만 하던 북미 갈등이 며칠 사이 미묘한 반전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지난 22일 북한이 돌연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인원을 철수한 시점. 이 조치는 미국 재무부가 현지시간 21일자로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한 직후에 나왔다.

미국의 발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대통령 비서실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이 대대적인 대북 압박 여론전을 펼친데 이은 것이어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북 압박 행동에 나서는 신호로 해석됐다.

특히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부(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은 미국의 추가제재 발표 하루 전 한국의 스탠퍼드대 동문모임에서 '북한이 하와이와 괌에 배치된 미국의 전략자산 철수를 요구하는 등 진정한 비핵화의지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노이 회담 뒤 볼턴 보좌관 등이 주도한 미국의 여론전을 뒷받침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압박 움직임에 북한도 강경하게 맞섰다. 우선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서해 로켓 발사장에서 로켓 발사 준비를 빠르게 진척시켜 완료함으로 언제든지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고 미국을 압박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압박 여론몰이가 이어지자 최선희 외무상 부상이 지난 15일 평양 주재 외신과 외교관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부상은 "조만간 김위원장이 (인공위성 발사 등을) 결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부상은 특히 볼턴 보좌관을 지목해 "고약한 발언들이 연발되고 있다"면서 "그런 식으로 우리 최고 지도부와 우리 인민의 감정을 상하게 할 때 그 후과(대가)가 어떠할 것인지 과연 감당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압박을 멈추지 않은 채 추가 제재를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북한은 개성 연락사무소 인원을 철수하는 것으로 이에 맞섰다. 곧 위성을 발사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과 핵협상이 완전히 파탄남에 따라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것도 감수할 것임을 시사하는 조치였다.

분위기 반전의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마련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던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의 추가제재 발표 뒤인 22일 "대규모의 추가 대북 제재를 중지하도록 지시했다"는 트윗을 날렸다. 그가 중지시킨 제재가 이미 발표된 내용인지 아니면 재무부가 추가로 발표할 내용인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재무부가 새롭게 발표할 예정이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고 있다.

그러자 북한이 25일 연락사무소 인원을 복귀시켜 화답하고 나섰다. 22일의 철수가 인공위성 발사를 결행할 것을 시사하는 것이기에 25일 복귀는 위성 발사를 유예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워싱턴=AP/뉴시스】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 보고서 요약분을 담은 서한의 복사본. 바 장관은 이 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혐의는 입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러나 바 장관이 중립적 관찰자가 아니라며 보고서의 완전한 공개를 촉구했다. 2019.3.25
【워싱턴=AP/뉴시스】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의회에 제출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여부에 대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 보고서 요약분을 담은 서한의 복사본. 바 장관은 이 서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선거대책본부가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혐의는 입증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러나 바 장관이 중립적 관찰자가 아니라며 보고서의 완전한 공개를 촉구했다. 2019.3.25

그 사이 미 정가에 중대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 공모혐의를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검이 '증거 없음'을 밝히는 수사결론을 확정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된 것이다. 이로써 당선 이후 줄곧 탄핵 가능성에 시달리던 트럼프 대통령이 면죄부를 받은 셈이어서 2020년 대선에서 재선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상황이 반전된 가운데 지난 북한 최 부상의 기자회견문 전문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됐다. 발언문에는 15일 현장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러시아 타스 통신, 미 AP 통신 등이 보도하지 않은 새로운 내용들이 담겨 있다.

바로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이 영변 핵단지 폐기에 대한 보상으로 주요 경제제재를 해제하자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스냅백(snap back) 조항을 추가해 받아들이려 했으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튼 보좌관이 반대해 회담이 결렬됐다는 내용이다. 스냅백 조항은 '제재를 해제했다가도 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하는 경우 제재를 다시 부과한다'는 규정이다.

최부상 회견문은 또 "미국 측은 6.12(싱가포르 회담) 공동성명을 이행하려는 의지가 없이 저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계산법을 가지고 이번 수뇌회담에 나왔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라고 밝혀 미국이 회담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음을 비판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노이 회담 당시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 선거 부정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있었고 이런 시점에 북한과 '조건부 비핵화 합의'를 맺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타격이 될 것임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청문회 때문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최 부상의 기자회견문 내용에서 이처럼 중대한 내용이 15일 기자회견 당시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전에 준비한 회견문 대로 최부상이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 외신들이 보도를 충실히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점은 차츰 경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미국이 설명하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유와 북한이 설명하는 회담 결렬 이유는 매우 대조적이다. 미국이 여론전을 통해 조성한 분위기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인 반면, 북한은 미국의 국내정치적 이해관계가 원인이었음을 직접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선희 부상의 발언 전문이 공개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를 중지시켰다고 밝힌 점, 그리고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인원 복귀는 핵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부상이 기자회견에서 스냅백 조항이 논의됐음을 밝힌 것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에서 회견문을 공개한 사람도 북미간에 핵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었는데 아쉽게 무산됐음을 알리려는 의도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변화에 따라 북미간 핵협상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협상이 재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처럼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렬시키는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탄핵 가능성이 사라졌고 재선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 단지 정치적 이해타산만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을 네차례나 만났던 폼페이오 장관은 그를 '거짓말장이'라고 사석에서 언급한 적이 여러번 있다고 한다. 북한이 비핵화의지가 있다고 미국에 보증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대해서조차 '거짓말장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볼턴 보좌관 등이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제안에 조건부로 동의하지 못하도록 설득한 논리는 국내정치적 이해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미국의 핵심 당국자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믿지 못하는 것 역시 사실인 것이다. 특히 미 정보당국과 의회 등에서 이런 의구심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뒤 제재 해제'를 내세우는 미국 입장을 '강도적 요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하면 미국이 한순간에 북한을 무너트릴 것이라는 불신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핵포기 이후 얼마 안돼 내란이 벌어졌고 결국 독재자 카다피가 비참하게 죽은 리비아 사례를 볼 때 북한의 우려가 전혀 근거없다고 묵살하기 어렵다.

반면 북한 역시 그들 표현대로 '강도적 요구'를 내세우긴 마찬가지다.

앤드루 김 전 센터장이 밝힌 대로 북한이 하와이와 괌의 미 전략자산을 철수하고 북한을 겨냥한 미국 본토의 전략자산도 폐기하는 것은 물론 주한미군까지 철수해야 완전한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최종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사안들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당장은 부분적인 비핵화를 통해 목줄을 조여오는 경제 제재를 풀고 이후에는 핵보유국으로 남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핵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미가 서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회담 성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종적 비핵화를 향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로드맵에 북미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내용들을 다수 포함시킨다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말하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많이 언급됐던 종전선언과 미군유해 발굴, 연락사무소 교환설치, 남북경협 활성화, 대북 경제 지원 등 많은 항목들이 로드맵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로드맵에 스냅백 조항을 포함시킴으로써 이행을 뒷받침할 수도 있다. 

북미 핵협상은 1990년대 초부터 부침을 거듭해왔다. 그 사이에 북한은 40기 내외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미 본토를 사정거리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흐름을 단 두차례의 정상회담으로 완전히 반전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북한 비핵화 목표를 최종적으로 달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불가피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시작된 북미 정상간 핵협상 국면은 쉽사리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첫 만남 이후 상대방에 대해 지속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두 사람이 협상에 미련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미간 협상이 언제 재개될 수 있을 지는 아직 전망하기 이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재개될 수 있다. 이를 가늠해 볼 첫번째 계기는 다음달 11일 열리는 제14기 북한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가 될 전망이다. 그때까지 북한이 서해에서 위성을 발사하지 않는다면 북미가 다시 마주앉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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