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이전으로 돌아갈라'…북미 파열음에 靑 촉각(종합)

기사등록 2019/03/15 18:5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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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비건·폼페이오 압박 메시지에 北 최선희 '경고' 맞대응
최선희 '비핵화 협상 중단,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 시사
靑 "상황 면밀히 주시…어떤 상황에도 북미대화 재개 노력"
文, 캄보디아서 상황 보고받아…안보실 중심 진위 파악 총력

associate_pic4【평양=AP/뉴시스】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최 부상은 이날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03.15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간 거세지고 있는 파열음에 청와대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북미 두 정상 간 대화 의지가 살아있다는 점에 희망을 걸고 궤도 이탈을 막기 위한 청와대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잠잠했던 북한은 오랜 침묵을 깨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AP통신,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외신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그러면서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 대해 크게 실망했고, 미국은 '황금 기회'를 잃은 것이 분명하다"며 "북한은 미국이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타협하거나 대화를 계속할 의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 보상' 방식이 아닌 미국 주장의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 이른바 ' '빅 딜(big deal)'로 포장하고 있는 것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성명을 발표해 그동안 유예해왔던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최 부상은 전했다. 이는 미국 대북정책 라인이 노골적으로 과거 '리비아식 해법'을 강요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 않은 점은 미국의 반응을 확인해 가면서 추후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순으로 급을 올려가며 대북 압박 메시지를 꾸준하게 발신해왔다.

"모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폐기해야", "지렛대는 북한 아닌 미국에"(볼턴), "점진적 비핵화 없다", "모든 차원의 핵연료 사이클과 핵무기 프로그램 제거해야"(비건), "비핵화, 말이 아닌 행동이 중요"(폼페이오) 등 대북정책 핵심 결정권자 3명은 일관되게 북한을 압박해왔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사진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 캡쳐. 2019.03.06.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는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시험장의 움직임, 영변 핵 시설의 거듭된 가동, 영변 외 분강지역의 핵시설 은폐 의혹 등을 부정적으로 부각하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끊임없이 의심해 왔다.

이날 최 부상이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협상 결렬 과정을 평가하고 미국의 반응을 주시해오던 북한이 국제사회를 향한 미국의 여론전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 부상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의 '괴짜같은(eccentric)' 협상 방식에 곤혹스러워했다"고 언급한 대목은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의 한 차례 좌초되는 데 결정적 요인이었던 북미 간 '말 폭탄'을 주고받은 상황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당시도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서 '리비아식 해법'을 고수한 가운데 긴장감이 점점 높아졌다. 이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미회담 재검토' 시사 발언에 이어 최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겨냥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공격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전격 취소했었다.

이처럼 북미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중재자·촉진자'를 자임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악재임에 틀림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북미) 중재안 마련 전에 보다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안정적 상황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청와대는 가용한 외교채널을 총동원 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과정과 원인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공개 방문한 것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을 찾은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풀이된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확한 분석과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이전에 북미 간에 이미 '살얼음 대치' 국면이 조성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자칫 북미 관계가 9개월 전에 정면 충돌했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associate_pic4【프놈펜(캄보디아)=뉴시스】전신 기자 = 캄보디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프놈펜 캄보디아 총리실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 오찬에 참석해 있다. 2019.03.15. photo1006@newsis.com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한정우 부대변인이 최 부상의 기자회견 내용이 국내 언론에 소개된 뒤 약 3시간 만에 번갈아가며 입장을 표명한 데서 청와대가 현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윤 수석은 출입기자단 메시지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대변인은 "최 부상의 발언만으로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의 한·캄보디아 정상회담 도중 최 부상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정상회담장에 배석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최 부상의 발언에 대해 보고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프놈펜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전했다.

김 대변인은 "국가안보실에서는 최 부상이 정확하게 무슨 발언을 했고, 그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각도로 접촉해서 진의를 파악 중"이라며 "보고가 완성되는 대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통일전선부 채널을 통해 최 부상의 기자회견 배경과 발언의 의미, 북한의 향후 계획 등을 파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남북 간) 물밑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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