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테러범 "브레이비크에게서 영감"…2011년 노르웨이 테러 모방?

기사등록 2019/03/15 17:58:01

최종수정 2019/03/15 18:17:10

둘다 인터넷에 장문의 마니페스토 올려

'단일민족국가 한국' 언급도 공통돼

【AP/뉴시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 사원에서 15일 총기난사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범행을 하러 가며 촬영한 자신의 모습. 범인들은 총기난사 순간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03.15
【AP/뉴시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소재 이슬람 사원에서 15일 총기난사 테러를 일으킨 범인이 범행을 하러 가며 촬영한 자신의 모습. 범인들은 총기난사 순간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2019.03.15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지진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국가로 인식돼왔던 뉴질랜드에서 15일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 사건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11년 7월 노르웨이의 30대 남성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저지른 테러 사건과 유사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브레이비크는 수도 오슬로에서 30여㎞ 떨어진 우토야 섬에서 열린 집권 노동당 청소년 캠프 행사장에서 총기를 발사하고, 2시간여 전에는 오슬로 정부청사 부근에서 폭탄도 터트려 77명을 살해했다.

브레이비크는 범행전 인터넷에 올린 장문의 ‘마니페스토’에서 "내 민족, 내 도시, 내 나라를 대신해 자기방어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재판에선 "내 공격은 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선택과 유사하다" "내 공격 대상이 된 그들은 노르웨이의 문화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민 이들"이라는 말했다.

그는 마니페스토에서 단일민족국가의 '모범사례'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들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유럽이 1950년대에 가졌던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원칙들을 잘 대표하고 있다. 과학적·경제적으로 발전했고 또 다문화주의와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

뉴질랜드 테러범 중 한 명인 호주 국적의 28세 남성 브렌턴 태런트 역시 범행 전 소셜미디어에 마니페스토를 올렸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행동을 '이민 침략자들에 대한 보복' '백인 보호' 등을 주장했다.

특히 그는 "딜런 루프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었다 .하지만 진정한 영감은 브레이비크로부터 받았다"며, 이번 테러를 "그(브레이비크)와 역사에 걸쳐 유럽 땅을 침략한 외국인에 의해 사망한 수만명을 위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위에 언급된 딜런 루프는 2015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유서깊은 흑인교회에서 총기를 난사해 신도 9명을 죽인 인물이다. 

태런트는 마니페스토에서 "다양성이 힘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중국, 일본, 대만, 한국과 같은 단일민족 국가가 21세기 가장 지배적인 국가로 등극할 수 있었겠냐"며 반문했다. 한 민족의 통일성, 통합성, 신뢰, 전통, 민족주의야 말로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고도 말했다. 이것은 브레이비크가 재판에서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질랜드는 때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개방적인 사회의식과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노르웨이와 공통점이 많은 국가인 것이 사실이다. 테러와의 거리가 먼 국가였다는 점도 비슷하다.

노르웨이에서는 브레이비크 테러 사건이 벌어진 후 "순수의 시대가 끝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선거에서는 진보적이었던 사회 분위기가 보수 우파로 변했음이 확인됐다. 이번 사건이 뉴질랜드의 사회,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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