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K팝 얼굴에 똥칠한 불량배 가수들, 누구 책임인가

기사등록 2019/03/15 09: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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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왼쪽)과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03.1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그룹 '빅뱅' 승리(29), 가수 정준영(30), 그룹 '하이라이트' 용준형(30), 밴드 'FT아일랜드' 최종훈(29), 밴드 '씨엔블루' 이종현(29)이 K팝에 강펀치를 날렸다. '클럽 버닝썬'이 도화선이 돼 이들의 민낯이 까발려지면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K팝이 체면을 구겼다.

◇체계적 시스템?···인성교육 부족

 특히 승리는 한류의 대표주자인 팀의 명성에 큰 누를 끼쳤을뿐 아니라 빅뱅을 발굴한 YG엔터테인먼트에게도 큰 타격을 입혔다.

K팝이 장점으로 내세운 것은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다. 연습생들을 훈련시키고 또 훈련시키며 완벽한 춤과 노래를 선보일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일부 외신이 노래와 춤을 찍어 내는 공장 같다고 비판했어도, 노래·춤·비주얼로 수준 높은 그룹을 선보이며 이런 비아냥을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인성교육은 뒷전이 됐다. 아이돌들의 일탈은 어느 정도 용인됐다. 빅뱅이 대표적인 보기다. 멤버 태양(31)을 제외하고 네 멤버 모두 구설에 올랐다. 지드래곤(31)·탑(32)은 마약, 대성(30)은 교통사고가 문제가 됐다. 

하지만 프로듀서 양현석(49)이 이끄는 YG엔터테인먼트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분위기였다. 탈선을 자유분방함과 개성으로 여겼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예능 프로그램 'YG전자'가 이를 증명한다.

연예기획사 중 대마초 관련 구설에 유독 많이 올라 YG는 '약국'의 줄임말이라는 조롱을 받았는데, 이를 '셀프 디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프로그램에 소변검사, 도핑테스트 장면이 삽입됐다.

 'YG전자'에서 핵심인물로 등장하는 이도 승리다.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로서 '호화 파티'를 열며 열심히 일하고 잘 노는 캐릭터로 묘사, '위대한 승츠비'로 통한 그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승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YG 계열사 소속 남성모델에게 높은 분이 요구한다며 '몸캠'을 강요하기도 한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투자자에게 성접대를 알선한 혐의를 받는 빅뱅 전(前) 멤버 승리(29·본명 이승현)가 15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고 있다. 2019.03.15. bluesoda@newsis.com
일종의 유희로 YG의 쿨함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 'YG전자'가 이제 자신들의 실상을 노출당하는 창구가 돼 스스로를 옥죄는 모양새가 됐다. 그동안 대중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YG와 자주 비교되던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47)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는 인성을 강조했다. 업계가 갖은 구설에 올랐지만 독야청청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이번 승리 사태로 소속 연예인들의 인성관리는 필요조건이 아닌 충분조건이 됐다. 삶이 대중에 공개되는 연예인이어도, 사생활까지 일일이 간섭한다면 인권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카톡방에서 지인들과 잡담하면서 죄책감은커녕 왜곡된 성인식을 드러낸 정준영의 예에서 보듯, 연예인으로서 책임감은 강제로라도 반복 주입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상식이다.

한편에서는 인기 연예인들의 정신적 압박 등 스트레스를 풀어낼 통로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들은 연습생 시절부터 극심한 경쟁을 뚫었기 때문에 도취감에 사로잡힌 상태일 수 있다. 정준영은 아이돌 연습생은 아니지만 치열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쳤다.

이들이 스타가 된 후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동시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더 많은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해 인성에 대한 강조나 휴식 없이 빠듯한 스케줄만 소화하는 날이 부지기수"라면서 “이번 승리·정준영 사태는 연예업계 종사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짚었다.

승리는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14일에는 해외 성매매 알선과 라스베이거스 도박 의혹이 더해졌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이 15일 새벽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후 귀가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9.03.15. bluesoda@newsis.com
◇K팝 기획사들, 정확한 자기진단해야 

이번 사태로 '연예인 리스크'가 부각되며 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타를 앞세워 이득을 챙기는 연예기획사의 취약한 기반이 노출된 셈이다.

YG를 비롯해 최종훈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기획사들의 취약한 위기관리 능력도 드러났다. 하이라이트가 소속된 어라운드어스 Ent는 비교적 작지만 예전에 비스트로 활약한 하이라이트 역시 K팝 그룹을 대표하는 팀 중 하나로, 이들을 매니지먼트한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체계를 요구한다.

하지만 YG와 FNC를 위시로 이들은 소속 가수들의 잘못을 가리기에만 급급한 '눈 가리고 아웅'식 조치를 취했다. 특히 YG는 승리의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카톡방 메시지에 관해 '조작'이라며 법적 대응을 운운했다. 승리가 피의자로 전환된 현 시점에서, 대형 연예기획사의 위력을 과시하며 입막음하려 들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FNC 역시 처음에 최종훈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책임을 인정했다. 이종현에 대한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14일 직전까지도 그에 대한 입장을 따로 표명하지 않았다.
  
특히 YG가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외부 대응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YG는 부정적인 이슈에 즉각 대응이나 직접적인 반응을 피해왔다. 승리가 은퇴를 선언, 사실상 퇴출당했을 때도 그가 개인 소셜미디어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논란이 점차 커지자 YG는 책임을 인정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입장을 내는 회사지만, 이번에는 빠른 피드백이 필요했다.

정준영은 현 소속사인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레이블 엠'과 올해 초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메이크어스는 폭탄을 안은 꼴이 돼 억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준영에 대한 검증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한 책임은 있다. 정준영의 몰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준영은 아이돌 스타는 아니지만 한류 팬들을 보유한 KBS 2TV '1박2일'로 세계에 얼굴을 알렸다.

associate_pic4YG엔터테인먼트 사옥
이들은 글로벌 그룹을 내놓으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것처럼 보였던 K팝에 먹칠을 했다. 외신들 역시 비판적인 입장의 보도와 분석을 내놓고 있다.

CNN은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한국 문화·사회학 전문가의 입을 빌려 "한국에서 K팝 스타는 국가의 대표, 공공의 표본으로 소비되는 상품"이라며 "버닝썬 사건이 진실이라면 이는 우리(서구 사회)가 지켜본 K팝 문화와 크게 어긋난다"고 말했다. 

프랑스 AFP 통신은 K팝스타들은 일반적으로 세련되고 깨끗한 이미지이며 한국 문화 수출의 핵심이 돼왔으나 이번 '섹스 스캔들'로 차별과 폭력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K팝 스타들이 항상 완벽하게 보이고 행동해야 하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외신들은 14일 정준영, 승리 경찰 출석 현장을 진지하게 취재했다.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기획사들은 나란히 쇄신을 약속했다. YG는 "가수 매니지먼트 회사로서 좀 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회사 모든 임직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FNC도 "모든 가수에 대한 관리와 교육 등을 더욱 철저하고 빈틈없이 할 것임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약속이 공염불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요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사태의 서막이 될까봐 두렵다"면서 "이번에 연루되지 않은 기획사들도 소속 가수와 본인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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