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미중 무역협상 갈등 재점화에 '노심초사'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 증폭으로 국내 증시가 또 다시 불안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쉽게 타결되지 않을 경우 하방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양국이 무역협상 결렬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은 없지만 증권가에서는 미중 무역협상 진척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을 두고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국내 증시 불안에 따른 거래량 감소 등으로 인해 증권사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CNBC는 23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이 이달 30~31일 개최할 중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이번주에 중국측과 가질 예정이었던 준비회의를 전격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그런 미팅 계획은 없었다"면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취소될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규정 이행에 관한 현저한 의견 차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미중간 무역협상 우려는 뉴욕 증시에도 악영향을 줬다. 뉴욕 3대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값은 소폭 오른 온스당 1284.50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도 하락 출발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2117.77) 대비 9.05포인트(0.43%) 내린 2108.72에 출발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694.55) 대비 3.05포인트(0.44%) 내린 691.50에 출발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증권업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중이다. 대체적인 견해는 미중 무역협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모아지지만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의지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올해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부과가 아닌 개별 산업, 기업에 대한 제재 또는 정치·사회·군사적인 분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TB투자증권 홍록기 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은 2050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대외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일정부분 수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하지만 관련 불확실성이 추가로 증폭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오는 3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맞물려 국내 증시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애플 실적 부진, 이로인한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부진 우려가 높아질 수 있고 우리나라 대중 수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간재 수출 애로도 부각될 수 있다.

수출 경기가 우려로 인해 국내 증시도 침체기에 빠질 여지가 많다. 글로벌 경기 둔화 신호가 보일 경우 증시를 중심으로 외인 자금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해 들어 2000선이 붕괴되며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에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며 2100선까지 도달했다"며 "무역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상승기류가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중 무역협상에 핵심 쟁점은 지적재산권인데 양국이 이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는 코스피의 상승폭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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