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있는데 유산 포기한 채무자…대법 "사해행위 아냐"

기사등록 2019/01/23 06:00:00

아버지 유증 부동산 팔자 채권자 "취소하라" 소송

대법 "채무자라도 자유롭게 유증 포기할 수 있어"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아버지 유증(유언을 통해 재산을 물려주는 것)으로 받은 집을 포기한 채무자에 대해 채권자가 사해행위를 주장하며 포기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해행위란 채권자가 변제를 못 받게 될 것을 알고도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최근 장모씨가 조모씨의 가족 2명을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조씨가 장씨에 대한 채무를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유증을 포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증을 받을 사람은 유언자 사망 후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포기할 수 있고,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라도 자유롭게 유증을 포기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유증 포기로 직접 재산이 감소해 재산 상태가 악화된다고도 볼 수 없다"며 "유증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안 된다고 보는 게 옳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유증 포기가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동산 포기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하는 장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씨의 아버지는 1998년 서울 동작구 소재 자신의 부동산을 조씨에게 유증하는 내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이후 2015년 아버지가 사망하자 조씨의 채권자 A씨는 부동산 공유지분을 조씨 등 유족 4명 명의로 상속 이전하는 등기를 마쳤다.

이에 조씨에게 2억원을 빌려줬던 장씨는 지분 소유권이전 등기를 말소해달라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도중 조씨가 유증을 포기하겠다고 밝히자, 장씨는 "유증 포기는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라며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1심은 "받는 사람 의사에 반해서까지 권리취득을 강제하는 건 불합리하며, 유증을 포기한다고 해서 재산상태가 이전보다 악화되는 건 아니다"라며 장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조씨와 연대보증인이 함께 장씨에게 2억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2심도 "채무자의 자유의사에 맡겨져야 하는 행위는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안 된다"면서 "유증의 경우 유언장 공개 전까지 존재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워 채권자의 기대 형성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못 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