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정 안된다"는 금감원…명분은?

기사등록 2019/01/22 16:31:46

자율성·독립성 해치는 과잉규제 '우려'

형성 무시하는 '기관 이기주의' 반론도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가 내주 중 결판나는 가운데 윤석헌 금감원장은 거듭 지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조직 내부에서도 공공기관 지정을 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는 감독 업무의 자율성이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깔려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통제권을 행사하는 '시어머니'가 비효율적으로 늘어나는 부분 역시 우려하고 있다.

윤 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여신금융업권 CEO 합동 신년 조찬 간담회에서 앞서 취재진과 만나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와 관련해 "일단 (지정이 안될 가능성을)긍정적으로 보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윤 원장은 지난 18일에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계속 설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희망 섞인 의견을 피력했다. 기본적으로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서는 안 된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황을 낙관하긴 어려워보인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오는 30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결정짓는다. 공운위 논의 결과 금감원의 자체 개혁이 부족했다고 결론나면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기 어렵다.

무자본 특수법인 금감원은 정부의 행정권을 위임받아 금융회사들을 관리·감독하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지만 직원들의 신분은 공무원이 아닌 '반민반관(半官半民)' 조직이다. 때문에 다른 정부기관에 비해 탄력적인 조직운영이 가능한 동시에 금융위의 통제를 받으며 국회와 감사원의 감시 대상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감독업무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예산과 업무를 금융위에서 같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예산은 기재부, 업무는 금융위 이런식으로 모셔야할 상위기관이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이미 공공기관 수준의 관리감독을 받는 상황에서 시어머니만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핀테크 금융의 확산 등 금융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감독당국이 자율성을 확보해야한다는 주장도 높다. 이같은 시각에서 보면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자율성을 해치는 과잉규제라는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7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지만 2년 만인 2009년 지정 해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감독업무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정부가 독립성을 이유로 공공기관에서 해지해놓고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도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공공기관 지정으로 관치금융의 폐해가 커질 수 있다고도 비판한다. 관치금융이란 정부가 적법한 절차나 근거없이 집행기관을 통해 금융시장에 간섭하는 행위다. 정부가 감독기관을 통제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반론도 존재한다.

타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이미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이 금융위 감독과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를 받는 동시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있는데 금감원만의 특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기관 이기주의로 볼 수 있다는 비판이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아니라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독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침해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 경영공시, 고객만족도조사 등의 부문에서 기재부의 통제를 받고 인력과 조직, 예산, 경영평가 등에서는 나름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공운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논의할 때에도 민간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감원은 기타공공기관 지정 이후 준정부기관으로 변경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특성을 감안할 때 주무부처를 통해 관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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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01/22 16:31:46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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