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브리태니커' 표절 소송…법원 "저작권 침해 아냐"

기사등록 2019/01/18 05:30:00

조선 후기 서유구作 백과전서 일부 번역본 표절 소송

번역 공조 깨진 이후 출판 번역본…"저작권 침해됐다"

법원 "동일·유사 단어 불가피, 유사 표현 비중 낮아"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조선의 브리태니커로 불리는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의 일부 번역본이 표절됐다는 취지로 제기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동욱)는 임원경제연구소가 대한민국과 출판사 소와당 등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 등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의 저작물에 일부 원고의 저작물과 동일·유사한 문장이 사용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번역저작물로서 갖는 창작적 특성이 감지될 정도에 이르러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저작권 침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설명했다.

임원경제연구소는 임원경제지에 대한 번역 사업을 진행해온 단체다. 임원경제지는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가 저술한 박물학서로 본리지(本利志), 만학지(晩學志), 위선지(魏鮮志) 등 16개지로 구성된 당대 최대 규모의 실용백과사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에서는 '위선지' 번역에 관한 표절 여부가 문제가 됐다. 당초 임원경제연구소는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와 공조해 임원경제지 번역 작업을 진행하다가 2009년 8월 협력 관계가 깨졌다.

이후 전북대 문명연구원은 임원경제지 위선지에 대한 별도의 국역사업을 공모, 이후 번역본은 출판사 소와당을 통해 2011년 11월20일 출판됐다. 이에 대해 임원경제연구소가 "도용 저작물을 작성 및 출간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반발, 이 사건 소송이 시작됐다.

재판에서 쟁점은 임원경제지 중 위선지를 번역한 임원경제연구소 측 저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하는지와 그럴 경우 이 사건에서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임원경제연구소 측은 두 저작물 사이에 공통 오류가 존재한다는 점, 2005년 8월께~2007년 3월께 홈페이지에 위선지에 대한 교열·번역 정리작업 정리본을 게시했던 점 등을 제시하면서 표절 가능성을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임원경제연구소 측 번역본의 분량과 번역 완성도 등을 언급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대립했다.

법원은 "한문으로 된 문장을 한글로 풀어내는데 있어 어미변화·조사·어감·접속사 등을 역자의 창조적 개성에 따라 사용했고, 적절한 어휘와 구문의 선택 및 배열·문체·어조 등에 있어 번역자의 창조적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할 것"이라며 교감 작업과 표점 등을 제외한 번역문 부분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저작권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위선지는 학술적 내용이 대부분인 이상 원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동일·유사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일부 유사한 표현이 있으나 전체 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양적 비중이 매우 낮다"면서 임원경제연구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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