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갑 화백 대작 '낙동강천리도' 복원·복제해 전시

기사등록 2019/01/11 13:18:20

1970년 최고의 '화가·시인·서예가' 합작

24m 대작 수묵산수화

낙동강천리도 원본
낙동강천리도 원본
【경산=뉴시스】박준 기자 = 한국화의 대가 유산(酉山) 민경갑(1933~2018) 화백의 대작 '낙동강천리도(1970년)'가 새 옷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11일 영남대학교에 따르면 낙동강천리도는 길이 2360㎝, 폭 105㎝ 크기의 대형 수묵산수화로 영남대가 소장하고 있다. 낙동강 발원지에서부터 남해 하구에 이르기까지 1300리 길 낙동강과 주변 전경을 총 9폭에 담았다.

1970년부터 이 작품을 소장해 오던 영남대가 6개월에 걸쳐 최근 복원·복제를 마쳤다.

복원된 원작품은 원래 있던 영남대 중앙도서관에 전시하고 복제도는 영남대 천마아트센터(경북 경산)와 영남대 의료원 호흡기센터(대구 대명동)에 걸었다.

특히 이 그림은 당대 최고의 화가, 시인, 서예가가 합작한 수작이다.

민경갑 화백의 그림에 노산(鷺山) 이은상(1903~1982) 시인이 지은 '낙동강' 시를 일중(一中) 김충현(1921~2006) 서예가의 글씨로 마무리했다.

이은상 시인은 가고파, 동무생각, 봄처녀 등을 쓴 대한민국 대표 시조시인이다. 김충현 서예가는 4.19혁명 기념탑, 독립선언서 등의 작품을 남겼으며 한글 서예 보급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 민경갑 화백이 타계하면서 낙동강천리도는 이들 세거장이 합작해 남긴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24m에 달하는 대작인 탓에 복원 작업은 물론 복제도의 전시공간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평소 대학 발전에 관심이 많았던 영남대 화학공학부 63학번 동문 출신인 삼일방직㈜ 노희찬 회장이 선뜻 나섰다.

낙동강천리도 복제도
낙동강천리도 복제도
노 회장이 복원·복제 비용 1억원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나서면서 복원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영남대 미술보존복원연계전공(미술학부 주관) 학생들도 복원 작업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3월 낙동강천리도 복원·복제 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수묵산수화에서 전지 이상의 대작을 보는 일은 쉽지 않다. 조선후기 김홍도와 함께 화원에서 이름을 떨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가 8.6m로 전례 없는 대작으로 평가되고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에 비견할 만한 대작 수묵산수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낙동강천리도는 한국 수묵산수화의 역사를 새로 써야 될 대사건이었다. 무엇보다도 크기에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관념의 세계가 아닌 실경이라는 점에서도 놀랍다"며 "1000리를 흐르는 낙동강을 따라가며 그 주변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놓아 기존의 산수화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파격적인 구도 또한 놀랍다"고 평가했다.
 
낙동강천리도는 1970년 당시 세계적 캠퍼스 건설을 추진 중이던 영남대의 원대한 비전과 염원을 담았다. 1970년 4월 영남대 대명동캠퍼스 도서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며 처음 공개됐다.

1976년 8월 영남대의 상징인 경산캠퍼스 중앙도서관 제3열람실 서편으로 옮겼으며 2005년 2월 중앙도서관 리노베이션 공사를 완공하면서 제2열람실 북편 현재 위치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서길수 총장은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합작한 이 작품이 우리 대학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원작품은 복원·보존 처리하고 복제도를 별도로 제작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에 전시해 교내 구성원과 외부 방문객들이 감상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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