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화이트리스트는 블랙리스트와 달라…실형 과해"

기사등록 2018/12/12 17:45:24

전경련 상대 보수단체 지원하게 한 혐의

김기춘 측 "관여 적은데 실형 과도하다"

조윤선 측 "형사 책임 타당한지 봐달라"

검찰 "좌파 배제·우파 지원이 직권 남용"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화이트리스트'의혹 관련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화이트리스트'의혹 관련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옥성구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9) 전 대통령 비서실장 측이 "화이트리스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범이 아니라는 점에서 블랙리스트와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강요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는 12일 김 전 실장 등 9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이날 공판에서는 피고인 측과 검찰 측이 항소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블랙리스트는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이라서 김 전 실장이 퇴임한 이후에도 지원을 배제하는 것이 국정 철학 기조로 이어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하지만 화이트리스트는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이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의 지위와는 무관하다. 1심에서 이 차이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전 실장이 만약에 지원을 강요했다고 해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요청대로 특정 단체에 금액을 지급한 게 아니면 강요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공범은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면서 관여 정도가 적은 김 전 실장을 실형한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권남용죄는 국가권력에 대한 보호법익이고, 강요죄는 사람에 대한 보호법익이다"라며 "김 전 실장의 지시는 직권남용죄에는 해당돼도 강요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 김 전 실장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강요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기 때문에 김 전 실장의 혐의를 무죄가 나온 직권남용으로만 봐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52)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해 신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폐를 끼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다만 1심에서 인정한 사정은 모두 조 전 장관에게 보고가 안 됐거나 퇴임 후에 일어난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청와대가 요구하는 것이라 상대방이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강요죄를 인정하는 것은 너무 광범위한 형사책임을 불러온다"면서 "형사 책임이 타당한지 면밀히 봐달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0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 선고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05.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0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 선고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가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8.10.05. [email protected]
이에 맞서 검찰은 "국정 수행을 위한 민간단체 협조 요청은 일반적인 직무 권한이지만, 특정 보수단체에 대한 재정지원과 협조 요청은 일반적인 직무 권한이 아니다. 1심에서 이를 혼돈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좌파를 배제하고 우파를 지원하게 한 것이 바로 직권남용에 해당된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등이 국정원으로부터 매월 특활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1심에서 친분관계를 대가성 부정의 중요 요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매월 교부했다는 500만원은 그 정도 월급을 받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점 비춰보면 친분관계로 교부했다기에는 상당히 큰 금액이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 등은 2014년 2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전경련을 상대로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총 23억8900여만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 전 장관 등은 2015년 1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4년 9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앞서 1심은 "김 전 실장 등은 전경련이 대통령 비서실의 영향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다"며 "김 전 실장 등의 강요 행위로 전경련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됐다"고 김 전 실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한편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지시·강요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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