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중도정당 존재감 위해 민주·한국 동시 겨냥

기사등록 2018/11/17 13:46:00

'저녁있는 삶' 원조 손학규, 문재인 정부 향해 쓴소리

"소득주도성장으로는 저녁있는 삶 못 만든다" 비판

민주 "시대를 한발 앞서갔던 철학을 폐기처분했나"

송이버섯 답례 北 귤 배송 놓고 한국당과 '시각차'

"남북관계 발전 좋은 양념되길" vs "감성팔이 행보"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최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는 당의 존재감을 높여 답보 상태에 빠진 당 지지율을 끌어 올리겠다는 생각이 녹아있는 듯 하다.

먼저 손 대표는 '저녁있는 삶'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연달아 신경전을 벌였다. 손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저녁있는 삶'을 만들기 위해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역효과만 내고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피해만 준다고 날선 공세를 폈다.
 
그는 12일 울산 매곡단지에서 가진 첫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지역 주력사업인 자동차 부품산업의 경영실적 악화를 지적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의 급격한 단축 등 정부의 과도하고 획일적인 규제 강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또한 노사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며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 쓴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다음날 곧바로 맞받았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손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언급하며 소득주도성장을 좌편향 경제정책이라고 비판했다"며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철학소신을 왜 바꿨는지 모르겠다. 시대를 한발 앞서갔던 본인 철학을 왜 폐기처분한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는 손 대표가 지난 2012년 민주당 전신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주52시간제를 화두로 던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신규 일자리 50만개 창출 공약을 염두에 둔 것이다.

손 대표는 14일 작심한 듯 다시 반박했다. 그는 "저녁있는 삶이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일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는 '저녁있는 삶'을 결코 만들 수 없다"고 일갈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경제가 나쁜 상황에서 고용을 늘리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을 저하시키고 기업 위축만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공조모드에 들어간 자유한국당과도 묘한 신경전을 지속하며 차별화된 색깔을 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와대가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의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제주산 귤 200t을 북측에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한국당은 "국제사회 흐름과 완전히 엇박자 행보"라며 "이러한 감성팔이 행보에 국민들은 피곤함을 넘어 우려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현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무시한채 남북관계 개선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재에 구멍을 내기 위한 노림수라는 비난과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냉소적인 논평을 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모쪼록 남북관계 발전에 좋은 '양념'이 되길 바란다"며 "귤 2만 상자가 가는만큼 북한 주민들이 받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귤상자 속에 귤만 있다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서도 "과도한 문제제기나 가짜뉴스 수준의 근거없는 의혹과 억측을 쏟아내는 행태는 저급하고 백해무익하다"고 일갈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민주당과 호흡을 같이 하지만 때로는 비판적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북한 내 미신고 미사일 기지 13곳을 확인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청와대가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 없고, 어떤 협정도 맺은 적 없다"며 북한을 옹호하자, 바른미래당은 "두둔할 것을 두둔하라"며 "문재인 정부의 치명적 약점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외에도 바른미래당은 현안별로 성격에 따라 민주당·한국당과 '피아 식별'이 안 될 만큼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문제에서는 민주당과 함께 도입에 찬성인 반면,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나 조국 민정수석 해임 촉구 등의 현안에서는 한국당과 박자를 맞추고 있다.

손 대표가 민주당과 한국당 가릴 것 없이 각을 세우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좌우로 치우친 현재의 정당 구도에서 중도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각인하겠다는 셈법이 있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세력를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민주당과 한국당에 이어 3위 자리를 놓고 정의당과 경쟁 중인 바른미래당은 리얼미터 여론조사(11월1주차)에서 5개월만에 정의당을 제치고 창당 후 두 번째로 높은 8.4%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 여론조사(11월2주차)에서 1.6%포인트 하락한 5.7%로 다시 4위로 밀려났다.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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