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에게 바란다⑤끝]경제 컨트롤타워는 누가…'부총리 원톱' 가능할까

기사등록 2018/11/17 05:00:00

최종수정 2018/11/26 09:13:30

2기 경제팀, '공정경제' 둘러싼 부동산시장 뇌관 되나

"지금은 건설 빼고는 따로 부양할 만한 정책이 없다"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눈치 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 2018.11.13.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전 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고 있다. 2018.11.1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김경원 기자 =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홍남기·김수현)에 대한 총론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할지 여부다. 지난 1기 경제팀(김동연·장하성)이 불협화음으로 정부 정책에 신뢰감을 주지 못한 탓이다.

17일 관가 등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은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다. 홍 후보자는 2004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2006년 대통령 정책실 정책보좌관(고위공무원)을 역임했다.

김 정책실장은 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거쳐 2005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2006년 대통령 사회정책비서관, 2007~2008년 환경부 차관 등을 지냈다.

홍 후보자와 김 정책실장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교류했던 사이라 1기 경제팀과 같은 엇박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기 경제팀의 과거 행보를 보면 2기 경제팀이 주의해야 할 대목이 읽힌다. 사실 1기 경제팀 김&장(김동연·장하성)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여러 곳에 포진해 있었다.

우선 장수가 둘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역사 상 청와대 내 정책실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때까지 10년간 존재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중 장관급 정무직공무원으로 6명이 정책실장 자리를 맡았다. 초대 정책실장(2003년2월~2003년12월)은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였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정책실장이기도 하다.

이어 박봉흠(2014년1월~2004년6월)·김병준(2004년6월~2006년5월)·권오규(2006년6월~2006년7월)·변양균(2006년7월~2007년9월)·성경륭(2007년9월~2008년2월) 등이 정책실장 임무를 수행했다.

이명박정부는 당시 정책실장을 차관급으로 낮췄다. 윤진식(2009년9월~2010년5월)·백용호(2010년7월~2011년12월)·김대기(2012년8월~2013년2월) 정책실장 등 3명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동안 정책실장은 대통령의 국가정책에 관한 사항을 보좌했을 뿐 정책을 직접 책임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가 표면적으로 충돌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다.

박근혜정부 때 없앴던 정책실장을 문재인정부는 5년 만에 부활시켰다. 참여정부 시절처럼 장관급으로 승격시켰다. 결과적으로 장관급 정책실장은 참여정부에 이어 10년 만에 되살아난 것이다. 청와대도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문재인정부 첫 정책실장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이 꿰찼다. 장 전 실장은 지난 1월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 단장'도 맡았다. 이 때부터 장 전 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장  전 실장과 김 부총리는 지난 5월15일 이후 정면으로 충돌했다. 장 전 실장이 4월 고용동향 발표 하루 전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는 없었다고 밝히면서다. 김 부총리는 다음날인 16일 국회에서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다"고 발언했다.

다만 김 부총리가 하루 만에 청와대와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달 29일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 '김동연 패싱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뒤로 거의 6개월 간 '김&장 불협화음' 속에 책임공방이 이어지고 미래지향적인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향후 2기 경제팀이 충돌할 우려가 있는 분야는 '부동산시장'일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중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가운데 2기 경제팀의 뇌관은 공정경제를 둘러싼 부동산정책과 함께 건설분야 투자를통한 부양 여부가 될 전망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장 전 실장이 물러나 약간 조용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최저임금TF 단장직을 승계했지만 적절한 수석실로 분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주도성장 관련해 최저임금을 놓고 충돌하는 모습은 줄어들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사실 장 전 실장이 구상한 정책이다. 장 전 실장은 2015년 말 출간한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한국에서는 임금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며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이 한국 불평등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불평등은 기업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장의 성과는 기업, 정확하게는 대기업이 가져갔다"며 "원천적 분배, 즉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수현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11.11.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수현 신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18.11.11.  [email protected]
혁신성장은 김 부총리가 확대·발전시킨 정책이다. 문재인정부 초기인 지난해 7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정책방향에는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경제 ▲혁신성장의 순이었다. 혁신성장은 후순위였다.

김 부총리가 처음으로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일자리·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으로 중요도가 바뀌었다. 김 부총리는 실제로 캥커루 출발법(크라우치 스타트)을 소개하며 "혁신은 안 가본 길이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공정경제는 김 실장의 작품이다. 그런데 아직 제대로 검증을 받지 않은 상태다. 결국 2기 경제팀에서는 공정경제가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 실장은 '주택정책의 원칙과 쟁점', '부동산은 끝났다', '저성장시대의 도시정책', '주거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등의 책을 저술했다. 이를 통해 건설업으로 경기부양하지 않기, 부동산세금의 원칙을 지키기, 가계와 금융의 건전성 살리기, 개발이익환수와 나누기 등의 부동산 시장 해법을 제시했다.

문제는 경기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사회간접자본(SOC) 등 '건설경기 활성화'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건설업으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분명히 내비쳤다.

그런데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기지표가 부진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우면서 민생경제를 회복하는데 전력투구를 하겠다"며 "경제장관회의 이름을 경제활력대책회의로 바꿔서 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건설이라도 해야 한다"며 "지금은 건설 빼고는 따로 부양할 만한 정책이 없다. SOC 밖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가 김 실장을 설득해 경제활력에 주력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 공무원은 "홍 후보자가 국무조정실장을 맡아 업무조율 능력은 탁월하다"며 "다만 정책을 이끌어갈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홍 후보자는 2012~2013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 정책조정국장은 부처별 정책조율 업무가 주된 업무다. 더군다나 최근까지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맡아 업무조율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기술(IR)금융학부 교수는 "이 정부가 3년 이상 남아 있어 2기 경제팀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김동연 부총리가 실패한 이유는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정책을 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후보자는 눈치 보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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