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美주교단의 아동 성추행 문제 대응 움직임 제동

기사등록 2018/11/13 10:35:28

14일 새로운 윤리강령 표결 무산돼

교황청, 미 주교단에 내년 2월 로마회의 때까지 자제 요구

【볼티모어=AP/뉴시스】미국의 가톨릭 주교들이 12일 (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바티칸 당국의 명령으로 해산되었다. 2018.11.13.
【볼티모어=AP/뉴시스】미국의 가톨릭 주교들이 12일 (현지시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회의는 바티칸 당국의 명령으로 해산되었다. 2018.11.13.

【서울=뉴시스】 이운호 기자 = 바티칸 교황청이 아동 성추행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려 했던 미국 주교들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바티칸은 12일 회의가 열리기 직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모여있던 350 명이 넘는 주교들에게 해산할 것을 명령하고 미국 교구를 향해 아동 성추행과 관련된 어떤 결정도 독자적으로 내리지 말 것을 지시했다.

미국의 주교들은 이번 회의에서 오는 14일 새로 마련된 사제들의 행동강령에 대한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로써 미국 196개 교구와 대교구 책임자들은 내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관하는 로마회의까지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됐다. 로마회의에는 전 세계의 주교들이 모인다. 

미국가톨릭주교회의 의장 대니얼 디나도 추기경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실망했지만, 다가올 로마 회의에서 아동 성추행 문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가 주교들의 계획을 제지함과 동시에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관련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수사기관의 교회출입을 불허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대주교는 “마치 우리가 스스로를 개혁할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외부인들에게 교회개혁의 책임을 넘겨 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외부의) 도움과 평신도와의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가톨릭 주교로써의 책임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 내 성추행 문제 해결을 끊임없이 요구해온 앤 도일은 바티칸의 이번 결정을 두고 “정말 믿을 수가 없다”는 반응을 내 놓았다. 도일은 “아주 작은 진전조차도 압박하려는 바티칸 행정부의 태도가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드러났다”고 WP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 도일은 “문제는 바로 바티칸에 있었다.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해도 기껏해야 미온적이고 비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실질적인 핵심마저 완전히 부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교회의 이번 아동 성추행 논란은 지난 8월 14일  펜실베니아 주 교구 성직자 300여명이 70년에 걸쳐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 번 격화되었다 . 당시 수사 당국은 가톨릭교회의 조직적 은폐도 있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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