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기지 13곳' 파문…'싱가포르 합의' 비판·회의론 고조

기사등록 2018/11/13 11:09:26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등 친 트럼프 언론들도 비판

[서울=뉴시스] 미국 시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비밀 탄도미사일기지 촬영 위성사진. <사진출처: CSIS>2018.11.13
[서울=뉴시스] 미국 시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비밀 탄도미사일기지 촬영 위성사진. <사진출처: CSIS>2018.11.13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미국 언론과 재야 전문가들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외교적 승리로 포장해온 싱가포르 합의가 실질적 비핵화 효과가 없으며 북한은 오히려 핵무기와 미사일 생산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 조야에서 북한에 대한 의심과 비판적 견해가 확산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마저 낮아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로 시작된 북미 비핵화협상 교착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갈수록 불거지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방송 등 반 트럼프 성향의 언론들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폭스뉴스 방송 등 상대적으로 트럼프에 우호적인 보수 언론들도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비판에 가담함으로써 미국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핵합의에 대해 전면적으로 비판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미국 여론이 북한 비핵화에 대해 비관적 전망으로 쏠리게 되면 북미 핵협상이 탄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북한이 이미 시사한 대로 다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한반도에 다시 위기론이 불거질 수 있다. 한미 정부가 북한 핵문제가 다시 한반도를 위기에 빠트리지 않도록 잘 대처해야 할 시점이다.

다음은 미 주요 언론들의 보도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반 트럼프 성향
▲뉴욕타임스=NYT는 전략국제연구소(CSIS)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비밀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음을 폭로하면서 미 정보 당국이 이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위협이 소멸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 운영을 '대사기극'으로 규정했다. 미사일 발사기지 폐쇄하겠다고 하고 그마저도 한발짝만 나아간 뒤 중단했으며 다른 십여 지역에서 재래식 및 핵 미사일을 발사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탄도 미사일 기지의 존재는 북한이 한번도 인정한 적이 없으며, 북한이 미국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한 적이 있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외교적 업적을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NYT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민주당에게 내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급할 일이 없다. 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미사일 발사가 멈췄다. 로켓 발사도 멈췄다"고 말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 정보당국자들은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 및 이동형 발사대 탑재 미사일 생산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이 미국과 관계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상황과 자신의 궁극적인 비핵화 의지 천명을 활용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역 재개하는 등 대북 제재가 붕괴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NYT는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을 전적으로 감시하는 소형 위성을 띄우려는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의 계획이 국방 예산 삭감으로 무산됐으며 기존의 위성은 북한 상공을 하루중 30% 미만의 시간 동안만 감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CSIS의 북한 비밀 미사일 기지 폭로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 외교적 업적으로 꼽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합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주 예정됐던 폼페이오-김영철 고위급회담이 마지막 순간에 북한의 통고로 무산된 사실을 지적하고 지난 6월의 정상회담 뒤 지금까지 북한은 비핵화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핵시설, 무기, 생산 시설과 미사일 기지 목록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공격 목표 목록"을 달라는 셈이라면서 거절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 당국자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상세한 공격 목표를 확보한 미국으로선 북한의 설명이 있어야 정말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CSIS 보고서 대표 집필자인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은 미사일 기지가 "산 속 협곡에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에 있는 미사일 기지와는 크게 다르다"고 밝혔다. 이들 나라처럼 지하 사일로에 미사일을 보관할 경우 선제 공격에 취약한 것을 보완함으로서 북한이 보다 강력한 핵외교 및 벼랑끝 전술을 펼 수 있다고 버뮤데즈 연구원은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북한 황해북도 삭간몰 미사일 기지의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폭로한 것과 관련해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 핵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어긴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WP는 그러나 이번 폭로로 인해 북미간 핵협상 교착 상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몬터레이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비확산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WP에  "김정은은 어떤 약속들도 어기지 않았다. 대신 핵무기를 대량생산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WP는 전했다.

WP는 북한이 북한은 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정보 당국이 지난 여름부터 북한이 새로운 미사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인정했음을 밝혔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 시설들을 공개하지 않거나 숨겨왔으며 이점이 북미간 실무 협상에서 검증과 관련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CNN 방송=최근 몇 개월 사이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진척시켜온 것으로 보인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CNN은 미 정보 당국이 오래전부터 북한의 비밀 미사일 기지 존재를 파악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더 이상 핵위협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한번도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CNN은 CSIS 보고서가 "이들 미사일 기지들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부터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까지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운영할 수 있으며 비핵화 협상의 최종 단계에 이르면 공개, 검증, 해체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CSIS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싱가포르 선언과 새로운 남북선언에 대한 북미간 해석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관측통들은 북한이 전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이 분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CNN은 전했다.

콜린스 연구원은 북한 공격 목표가 될 핵과 미사일 목록을 제시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같은 자료에 대한 분석은 협상을 고착시키기보다 진전시킬 것"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CNN은 인용했다.

이 방송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12일 북한 미사일 기지를 폭로한 위성 사진은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사기극"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CNN은 MIT 대학교 비핀 나랑 교수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이미 실험을 마친 미사일을 대량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사기극은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북한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고 있다는 국무부 주장이 "왜곡"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무기감축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는 북한이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제시한 적이 없다면서 "김정은이 트럼프를 속인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자기를 속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CNN은 전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시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비밀 탄도미사일기지 지역 위성사진. <사진출처: CSIS>2018.11.13
[서울=뉴시스] 미국 시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12일(현지시간) 공개한 북한 비밀 탄도미사일기지 지역 위성사진. <사진출처: CSIS>2018.11.13

◇보수 언론
▲폭스 뉴스=폭스는 북한이 주요 발사대를 폐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뒤 소규모 비밀 미사일 기지들을 건설함으로써 미국을 속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미사일 기지들이 미국 영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의 미사일을 보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급할 것이 없다. 제재는 계속되고 있고 미사일은 멈췄다. 로켓도 멈췄다. 유해는 반환됐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반복해서 미국을 공격하고 있으며 "핵 군사력" 건설을 재개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북한이 비공개 미사일 기지를 운영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은 북한이 한국 및 미국과 야심적인 데탕트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에도 여전히 미사일과 핵능력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의 핵시설과 미사일 시설 목록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는 주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지적하고 이번에 공개된 비밀 미사일 기지 위성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구심을 촉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초에 열릴 것"이라고 말하는 등 대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속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로 외교 노력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MIT대 비핀 나랑 교수를 인용, "북한은 (미국과) 합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김정은이 단거리 미사일을 포기하거나 개량을 중단하는 것조차 바보짓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랑 교수는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은 "장거리 미사일에만 해당하며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더라도 그들이 한 말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김정은은 자신이 하겠다고 말한 것을 정확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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