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CNN기자 조작 동영상' 유포 일파만파

기사등록 2018/11/09 11:01:42

전문가들 "기자 움직임 과장 위해 조작한 흔적 있어"

문제의 동영상은 극우 사이트에 처음 포스팅돼

【서울=뉴시스】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논쟁을 벌이던 중 백악관 여성 인턴이 마이크를 빼앗으려하자 대응하는 순간을 포착한 동영상. 왼쪽은 의회전문채널 C-스팬이 촬영한 원본이고, 오른쪽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한 동영상이다. 전문가들은 오른쪽 동영상 경우 아코스타가 여성인턴의 팔을 강하게 접촉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조작한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11.09 
【서울=뉴시스】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가 7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논쟁을 벌이던 중 백악관 여성 인턴이 마이크를 빼앗으려하자 대응하는 순간을 포착한 동영상. 왼쪽은 의회전문채널 C-스팬이 촬영한 원본이고, 오른쪽은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한 동영상이다. 전문가들은 오른쪽 동영상 경우 아코스타가 여성인턴의 팔을 강하게 접촉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조작한 흔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11.09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 간의 '언쟁'이 해당 기자의 백악관 출입정지와 여성인턴 추행설에 이어 백악관 대변인의 조작동영상 배포 논란으로 비화되고 있다. 극우주의자까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그야말로 전입가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세라 샌더스 대변인이 전날 아코스타를 비판하면서 올린 동영상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던 아코스타 기자가 마이크를 뺏으러 다가오는 여성인턴을 막는 과정에서 마치 그가 여성에게 의도적,공격적으로 접촉하려 한 것처럼 보이게 영상이 조작된 듯하다는 것이다.

WP에 따르면, 샌더스 대변인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아코스타가 자신의 손으로 여성인턴의 팔을 빠르게 '누르는(chop down)'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원래 동영상에는 아코스타가 마이크를 뺏으려는 여성인턴에 대한 대응으로 팔을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아코스타가 여성인턴에게 '미안합니다(Pardon me, ma’am)"라고 말하는 것도 담겨있다. 하지만 샌더스 대변인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아코스타의 말이 삭제돼있다.

전문가들은 샌더스 대변인이 공개한 동영상이 아코스타의 대응행동을 드라마틱하게 보이게 만들려고 속도를 빠르게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문제의 동영상은  '음모이론' 동영상들을 많이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 폴 조지프 왓슨이 극우사이트 인포워스에 처음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왓슨은 버즈피드와의 인터뷰에서 조작설을 부인했다. 보수 성향 뉴스사이트 데일리 와이어에 있는 동영상 이미지를 다운로드한 후 화면을 다소 트리밍해 원본과 약간 달라 보일 수있지만 속도를 고의적으로 빠르게 조작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컬럼비아대 디지털 저널리즘 센터 연구 책임자 조너선 올브라이트 등 전문가들은 샌더스가 공개한 동영상과 원본 동영상을 나란히 놓고 프레임 별로 비교해보면, 아코스타의 행동을 왜곡하기 위해 변조한 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본에는 없는 반복적 프레임들이 특정 장면에 삽입돼 있다는 것이다. 아코스타 기자가 여성인턴의 움직임에 대응하는 부분에서만 유독 이런 프레임들이 삽입돼있다는 이야기이다.

샌더스 대변인은 앞서 7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아코스타의  백악관 출입을 추후통보가 있을 때까지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후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문제의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 인턴의 몸에 손을 올린 아코스타의 행위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absolutely unacceptable)"고 주장했다.

샌더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의 자유를 믿으며 곤란한 질문에 언제든지 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백악관 인턴으로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젊은 여성의 몸에 손을 대는 기자의 행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코스타가 대통령과 전국민 앞에서 마치 젊은 여성을 성적으로 추행하려 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 것이다. 

샌더스가 공개한 동영상은 최소 2만번 리트윗됐고, 200만명 이상이 봤다. 샌더스가 공개하기 2시간전 왓슨이 포스팅한 동영상 역시 최소 74만회 이상 시청됐다.

CNN의 홍보 책임자인 맷 도닉은 8일 트위터에 "샌더스의 동영상은 완전히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당신(샌더스)은 바뀐(doctored) 비디오를 배포했다. 정말로 가짜 뉴스이다. 역사는 당신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샌다스는 "문제는 기자가 접촉했는가? 아닌가?이다. 비디오를 보면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백악관 출입 사진기자단은 8일 성명에서 "샌더스가 조작된 비디오를 공유했다는 점에 경악한다"며 "이미지 조작은 진실에 대한 조작임을 우리는 안다. 기만적이며, 위험하고, 비윤리적이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알고도 조작된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도 똑같이 문제다. 특히 여론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진 이 나라 최고위 관리가 (조작된 이미지를) 공유했다는 점은 문제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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