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 화두 제시에 집중한 文···유럽순방 최대 성과는 교황 지지

기사등록 2018/10/20 13:30:00

【파리(프랑스)=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16. photo1006@newsis.com
【파리(프랑스)=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16. [email protected]
【코펜하겐(덴마크)=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7박9일 유럽순방은 끊임없는 설득의 시간이었다. 대북 제재완화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유럽국가의 인식의 토양을 바꾸는 사전 정지작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비록 프랑스와 영국으로부터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평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교황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佛·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집중 공략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본격적인 유럽순방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순방의 첫 국가로 프랑스를 낙점하면서 목적 의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대북제재 결의안 해제 열쇠를 쥐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미국의 주도로 형성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단일 전선에 일종의 틈을 만들겠다는 밑그림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국빈방문 형태로 프랑스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내 역학 구도를 치밀하게 계산한 것으로 해석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렵연합(EU) 탈퇴)'로 EU 국가들 사이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영국보다는 프랑스를 지렛대 삼아 유럽 내 제재완화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해보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를 움직인다면 '무게추'가 제재완화 쪽으로 기울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접근이었다.

 상임이사국 P5 국가가운데 북한과 가까운 중국·러시아와 미국 주도의 영국·프랑스가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제재완화 쪽에 힘을 실어준다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프랑스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심국가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서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고 있는 국가"라며 프랑스가 갖고 있는 상징성을 강조했다.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2018.10.18. photo1006@newsis.com
【바티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고 있다. 2018.10.18. [email protected]

 ◇신중했던 마크롱 "비핵화 먼저"···제재완화 거절

 많은 기대를 안고 마주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한·프랑스 정상회담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원했던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선행돼야 한다며 제재완화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프랑스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전까지는 유엔 안보리 상임위가 제재를 계속해야할 것"이라며 제재완화의 전제조건으로 CVID를 주장했다.

 만찬사에서는 "안보리 결의안을 전적으로 준수하는 가운데 명확한 기저 위에 대화를 구축할 때 우리가 원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며 "CVID를 실현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저희에게 주어진 모든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미국마저도 CVID를 버리고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톤 다운된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보다 강경한 CVID를 고수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EU의 공동안보 입장이 CVID인 것이고, EU 차원에서 그렇게 정리가 돼 있기 때문에 EU의 중심국가인 프랑스가 EU 차원의 승인없이 다른 용어를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프랑스와 미국은 몇 가지 불편한 문제가 있다. 농업시장 개방 문제, 이란 핵문제도 있다"며 "그런 문제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 제재완화 문제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불이익이 올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단독회담 가운데 거의 모든 시간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집중했다"며 "상임이사국으로써의 프랑스의 위치와 입장이 단시간에 바뀌긴 어렵더라도 본격적으로 제재완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는 됐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2018.10.19. photo1006@newsis.com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참석자와 인사하고 있다. 2018.10.19. [email protected]

 ◇프랑스 거절로 힘빠진 文···교황 메시지로 극적 반전

 기대했던 프랑스의 제재완화 설득 작업에 실패한 문 대통령은 교황청 방문을 통해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의사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수락했다.
 
 게다가 평화의 상징이라 평가받는 교황으로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표명을 이끌어내면서 국제사회로부터 일종의 '보증'을 받은 셈이 됐다.
 
 교황은 18일 문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초청장을 보내도 좋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고, 나는 갈 수 있다"며 초청을 수락했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도 했다.

 비록 제재완화를 통한 비핵화 촉진이라는 문 대통령의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교황의 지지가 외교 영역에서의 구체적인 합의나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청와대는 보고 있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유럽에서 존경을 받는 교황으로부터의 지지 메시지는 유럽뿐만이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평화 추구와 그에 대한 교황차원의 보증이 대북제재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될 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곧 제재의 고삐를 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우회적인 압박 메시지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교황의 메시지는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교황 예방으로 인해 이번 목표했던 유럽 순방의 성과를 모두 이뤘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8.10.19. photo1006@newsis.com
【브뤼셀(벨기에)=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러피언빌딩에서 열린 제12차 아셈정상회의 전체회의에 참석해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대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8.10.19. [email protected]

 ◇30개국 유럽 정상 앞에서 외친 한반도 평화···다자외교 무대 활용

 문 대통령은 계속된 유럽순방에서도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최근 1년 안에 이뤄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소개하며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당부했다.

 특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아셈)를 설득의 무대로 삼았다. 자신이 추구하는 한반도 평화가 유럽의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는 실용적인 접근으로 유럽 정상들을 설득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아셈 전체회의 1세션 발언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는 궁극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공동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아셈 회원국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는 리트리트 세션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구도를 해체하는 과정은 유럽에서와 같은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면 이는 곧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으로 이어지고, 특히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이 실현되면 궁극적으로는 유럽의 이익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동북아철도공동체 구상이 과거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석탄공동체로 출발해 현재의 유럽연합(EU)를 구성한 것과 다르지 않다며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유럽은 인류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정치적으로는 이념과 군비경쟁으로 치달았던 냉전 구도를 극복했다"며 "경제적으로는 석탄철강공동체로 시작하여 유럽연합을 이뤄냈다"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도 통합과 화합도 이뤄낼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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