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도 폐지 결정…소멸하는 총여학생회, 원인은

기사등록 2018/10/17 04:30:00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총투표로 폐지 수순

서울 비롯 대학가 사라지는 추세 가속화

학내 문제 관심 하락, 여권 신장 등 작용

최근 페미니즘 부상 따른 '백래시' 영향도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성균관대학교가 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 폐지 결정을 내리는 등 많은 대학들의 총여학생회가 소멸하거나 사실상 활동 중단의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취업난 심화로 인한 학내 문제 무관심 증가, 여권 신장 등이 겹쳐 나타나는 시대적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최근 심화하는 남녀 대립 구도, 총여학생회의 남학생 학생회비 사용 논란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균관대 서울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지난 15일 학생 총투표를 진행한 끝에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기로 했다.

 '2018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학생총투표 투표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유효표 4747표 가운데 폐지 찬성이 83%(4031표)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유권자 9242명 가운데 4842명이 투표, 최종 투표율은 52.39%였다. 유효표 중 반대는 716표로 14.75%, 무효는 2.2%(107표)로 집계됐다.

 근래 서울 내 대학들은 총여학생회 폐지 바람이 거세다.

 건국대와 서울시립대는 2013년, 홍익대는 2015년 총여학생회를 폐지했다. 중앙대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적 기구였던 총여학생회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의 경우 지난 5월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 씨의 교내 강연을 추진했다가 반발에 부딪힌 이후 학생 총투표를 거쳐 '총여학생회 재개편' 안이 가결, 현재 구체적 개편안이 논의 중이다.

 이 같은 경향은 일단 학내 기구에 대한 대학생들의 전반적인 무관심 속에 비중이 떨어지는 단체들이 사장(死藏)되는 현상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총여학생회는커녕 총학생회 활동에 조차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힘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취업난 등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교내 활동에 대한 관심도는 매년 낮아지고 있다.

 총학생회 선거가 저조한 투표율을 보이거나 입후보자가 없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올해만 해도 덕성여대·서울여대·연세대·한국외대·한양대 등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08.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남녀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총여학생회 폐지투표 거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08. [email protected]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총여학생회의 경우도 수년 동안 회장 후보자가 없었다. 페미니즘 논란 등과 얽힌 이번 총투표에서조차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투표관리위원회는 투표 기간을 하루 연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여학생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권익이 과거에 비해 크게 신장되면서 총여학생회의 존립 이유 자체가 희미해지는 측면도 있다.

 대학 내 여학생 비율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면서 이들의 의사가 별도의 여성 조직 대신 총학생회를 통해 반영되는 구조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2.7%를 기록했다. 남학생(65.3%)보다 7.4%포인트 높다. 1990년만 해도 여성 대학 진학률은 30.8%였다.

 전문가들도 학생들의 학내 문제 관심도 하락, 여권 신장 영향 등이 일차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 자치 활동 등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해져서 총여학생회 뿐 아니라 전반적인 교내 활동이 저조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 "여기에 과거와 달리 여학생 숫자가 늘어서, 여성도 학생회 대표로 선출될 수 있는 기회 같은 것들이 늘어난 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여성학자들은 수년 전부터 일베 등을 통해 표출되기 시작해 점차 확산돼 온 여성혐오 시각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에 대해 "페미니즘이 부상하는 데 대한 반동인 백래시’ (backlash·반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총여학생회에서 남학생들의 학생회비를 사용하는 문제도 오랜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남학생들 학생회비도 쓰이지만, 그들에겐 투표권이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한양대에선 지난해 총학생회 투표 거부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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