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특례법, 국회 문턱 넘었지만…대주주 자격 등 논란 남아

기사등록 2018/09/26 05:30:00

'대기업 배제' 조항 법이 아닌 시행령에…'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 등 반발 거세

시행령서 재벌 사금고화 완벽 차단하면서도 ICT기업 적극 참여시켜야

'벌금 전력' 카카오·KT 대주주 적격성 심사 어떻게?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06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18.09.20.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4회 국회(정기회) 제06차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이 통과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모양새다.

재벌 기업의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보유 금지 조항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둔 것을 두고 반발의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도 향후 논란을 예고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을 키운다.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은 의결권 기준 최대 4%까지만으로 돼 있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34%까지 완화해주는게 골자다.

논란이 됐던 은산분리 완화 대상과 관련해서는 법률에서 정하지 않고 경제력 집중 영향과 정보통신기술(ICT) 자산비중 등을 감안해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주주나 대기업에게 대출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담았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재벌의 사(私)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논란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재벌 기업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제한함에 따라 정권이 바뀌면 얼마든지 쉽게 관련 조항을 고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입법을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반대가 컸다. 지난 8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돼 정기국회로 특례법이 넘어오게 된 것도 민주당 내 강경파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들은 은산분리 완화가 가져올 효과는 적은 반면 재벌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는 부작용은 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은산분리 완화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 온 여당 의원 중 한 명인 박영선 의원은 본회의 표결 전 찬반토론을 통해 대주주 자격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에 대해 "사적 재산권 등 규제가 적용 되는 제한 법률은 특정 범위를 정해야 함에도 특정범위를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백지 위임했다"며 "국회  권한과 책임을 포기한 후진국적 입법사례"라고 비판했다.

금융권 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전문은행법은 내용의 정합성과 절차의 민주성은 물론 은산분리 완화의 정당성도 상실한 채 통과됐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으며 금융노조는 "대다수 재벌들이 인터넷은행을 소유하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시행령을 제정해야 하는 금융위원회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시행령에서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는 말끔히 차단하면서도 혁신 역량을 가진 ICT 기업에게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길을 활짝 열어 줄 묘수를 찾아야만 하는 숙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특례법 통과 다음날인 지난 21일 금융위 기자실을 찾아와 시행령 제정과 관련해 "(특례법) 취지 안에서 대기업의 사금고화 우려가 없도록 분명히 규정하고자 한다"고 한 것도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8.09.21. (사진=참여연대 제공)
【서울=뉴시스】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8.09.21. (사진=참여연대 제공)
특히 최 위원장은 "대주주에 대한 대출금지라든지 하는 장치가 이중삼중으로 돼 있지만 시행령에서도 그런 우려가없도록 분명히 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제도 금융당국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례법 통과에 따라 카카오와 KT는 각각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대주주 지위로 올라서기 위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특례법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의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을 받은 전력이 있다. KT는 지난 2016년 지하철 광고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적이 있으며 카카오는 2016년 인수한 카카오M이 온라인 음원가격 담합으로 1억원 벌금을 받은 전력이 있다.

특례법은 금융위가 예외를 인정해주면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가뜩이나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과정에서부터 이번 특례법 통과까지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터여서 금융당국으로서는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금융위는 적격성 심사 신청이 들어온 뒤에 판단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최종적인 판단은 금융위의 결정으로 이뤄지는데 그때 판단의 기준이 위반의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다"라며 "(대주주 자격심사) 신청이 들어오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의하겠다. 그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따져보고, 법적 쟁점에 대해서도 얘기를 들어보고, 당사자 의견도 충분히 감안하고, 전문가들의 토의도 거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