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연기금 귀환?…넉 달만에 순매수 전환

기사등록 2018/09/26 06:00:00

6월부터 석 달간 1.6조 순매도..9월엔 1808억 순매수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순매수 1,2위 이름 올려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최근 석 달간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웠던 연기금이 넉 달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구원투수' 등판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당장 대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 연기금의 맏형 격인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도 1년째 공석이다.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부 신흥국의 금융 불안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술적 순매수 수준으로 '관망' 모드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9월 초부터 지난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80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지난 6월 2043억원을 순매도하기 시작해 7월에는 8139억원, 8월에는 6268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넉 달만에 '사자'세다. 연기금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대 연기금'을 말한다.

앞서 8월 중순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다소 완화되며 달러 강세가 완화되고 위험 자산 선호가 재개됐다. 외국인이 먼저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로 돌아서며 8월에만 1조652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후 외국인은 9월에 다시 코스피에서 1조84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이 8774억원 순매수한 데 이어 연기금도 힘을 보태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16일 2240.80으로 연저점을 기록한 뒤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 21일에는 2326.92에 마감했다. 

업계에선 연기금이 석 달간 이어진 순매도 행보에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우선 국민연금이 지난 4월 말 기준 전체 기금자산 중에서 21.3%를 차지하던 국내주식 비중을 올해 말까지 18.7%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건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주효하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19.53%로 지난해 말 21.15%와 비교해 1.5%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그나마 코스닥시장에선 올해 5000억원을 넘게 사들이는 등 코스피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적극적으로 주식 운용 부서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매도세로 돌아서지 않았지만 지난 6월 이후 지수가 급락하며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시장가격이 매입단가보다 일정 비율 아래로 떨어질 경우 무조건 매도 주문을 내 현금화해야 하는 로스컷(Loss-Cut, 손절매) 규정을 두고 있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 다수 종목들에서 로스컷이 발생하며 매도 압력을 형성하고, 또다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A관계자는 "6월 이후 지수가 하락했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연기금이 공격적으로 매도하기보다는 관망하는 수준이었다"며 "비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위탁운용사에서 지수 하락에 따른 환매 기준이 있어서 일부 물량이 해소돼 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팔아서 축소된 것이 아니다. 신규 자금이 발생할 경우 해외 주식을 늘리며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의 비중이 축소된 측면도 있다"며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 이머징 국가들은 부정적인 시각이 큰 상황이나 미국 경기에 대한 신뢰는 강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 운용 성과가 부진으로 일부 위탁운용사 자금이 회수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또 다른 연기금 운용 파트 B관계자는 "6,7월에 위탁운용사들의 성과 평가가 있었고, 부진한 운용사들의 경우 회수를 많이 했다. 6,7월에 시장이 조정을 받을 때 일부 환매를 많이 했고, 환매한 자금을 가지고 8,9월에 신규 집행을 많이 했다. 이로 인해 6,7월은 빠진 것처럼 보이고, 8,9월은 순매수 기조를 보인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관전 포인트는 연기금이 하반기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증시 버팀목 역할을 할 정도로 대내외 환경과 투자 전략이 바뀌었느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되며 8월 중순부터는 시장 심리가 회복되고, 외국인의 매도세가 진정되며 리바운드하는 모습"이라며 "사실상 특별하게 자금 흐름이 바뀌지는 않았다. 여전히 주도주가 없고, 시장은 순환매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정 섹터와 종목이 오르다가도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다보니 (연기금의 순매수가) 지수가 바닥을 쳤을 때 크게 리드하는 정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국민연금 CIO를 둘러싼 인선이나 정부에서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진전 상황이 없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집행을 하거나 방향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추석이 지나고 10월에 국정감사, 국민연금 CIO가 정해지고 나면 내년 쯤에 가서 연기금들의 머니 플로우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연기금이 이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에는 셀트리온(743억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721억원)이 나란히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삼성물산(540억원), 포스코(467억원), 삼성SDI(413억원), 삼성중공업(396억원), SK텔레콤(366억원), KT(304억원), SK이노베이션(265억원), 삼성전자우(260억원)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금융투자업계 C관계자는 "연기금 입장에선 벤치마크보다 오버해서 사는 것은 부담스럽지만 최소한 같이 사는 정도는 돼야 한다"며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회계를 바라보는 잣대에 대한 혼선이 생기며 주가가 빠진 만큼 되돌림 과정을 보이고 있다. 연기금은 사실상 싸게 팔아서 다시 비싸게 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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