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들이 거부 안 해"…이윤택, 성추행 궤변에 중형 자초

기사등록 2018/09/19 16:27:29

결심공판에서 "피해자들이 받아줘 고통 몰랐다"

재판부 "안 움직였다고 동의했다고 볼 수 없어"

"복종할 수 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

"거부 안 해서 몰랐다는 등 책임 회피만" 지적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단원 성폭력’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9.1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단원 성폭력’ 관련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8.09.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연극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해 1심 법원이 중형을 선고함에 따라 판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이날 오후에 열린 이 전 감독의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 간 아동청소년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미투(Me Too·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경험 공개적 고발) 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사건 중 첫 실형 선고 사례이자 검찰 구형(7년)에 근접하는 중형이다.

 이날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 이유 설명, 양형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받아줘서 몰랐다"는 그간 해명이 오히려 이 전 감독에게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감독은 지난 7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그 동안 피해자들이 내 연기 지도와 안마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줬기에 그 고통을 몰랐다"며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개별 판단에 앞서서 몇 가지 공통적인 판단부터 하겠다"면서 이 전 감독의 이 항변을 처음부터 일축해버렸다.
 
 재판부는 "성범죄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엄격히 따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을 요하는 것"이라며 "개별적으로 피고인에게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몇몇 사람들이 실명까지 공개하면서 미투 폭로를 하는 등 피해자들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용기를 얻어서 피해를 밝힌 것으로 보이지 고소의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연기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동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공소사실 대부분이 일방적으로 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동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전제를 거쳐 재판부는 피해자 8명이 당한 행위 중 경위가 불분명한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전 감독의 발언은 양형에 있어서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자신은 항변이었지만 거꾸로 법정에서 말하는 '불리한 정상'이 돼 버린 것이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018.09.19.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연극연출가 이윤택 성폭력 사건 1심 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2018.09.19. [email protected]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한 것이라고 밖에 안 보인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수치심과 깊은 고통, 좌절감을 안게 됐다"며 "그럼에도 연기 완성도를 위한 것이라고 하고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아 몰랐다는 등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날 재판부가 고려한 이 전 감독의 '유리한 정상'은 "한 차례 벌금형을 받은 것 외에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이 전 감독은 2010년 4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연희단거리패 단원 8명을 상대로 안마를 시키고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하는 등 23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연기 지도를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여배우들의 신체를 만지는 등의 행위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감독이 연극계 내 배우 선정이나 퇴출 등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앞서 경찰 조사 당시 이 전 감독 범죄 혐의와 관련한 고소인은 17명, 파악된 피해는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총 62건이었다. 경찰이 현행법상 공소시효 관계로 처벌이 가능한 사건을 2010년 4월 발생 이후 고소인 8명에 대한 것으로 판단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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