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케샤, 당신은 XX 대단한 여자야!

기사등록 2018/09/14 22:57:51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나는 XX 대단한 여자야(I'm a motheXXXXing woman)!" 첫 내한에서 첫 곡 '우먼(Woman)'부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고 노래하는 미국의 팝 디바 케샤(31)는 성스러웠다.

14일 오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처음으로 한국 팬들을 만난 그녀는 '멋있는 여전사'였다. 객석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면서 두근거리게 하는 사랑스런 폭군 같기도 했다.

케샤는 2014년 자신의 전 프로듀서인 닥터 루크로부터 성적·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았다면서 그를 고소, 소송에 휘말리며 음악활동을 잠시 멈췄다.

그 사이 팝계에서는 그녀를 응원하고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FreeKesha'라는 운동이 전개됐다. 결과적으로는 패소했지만,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으며 음악활동에 다시 시동을 걸게 됐다.

5년 만인 지난해 발매한 정규 3집 '레인보(Rainbow)'로 성공적인 복귀 신호탄을 쐈다. 무지개를 뜻하는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이 앨범으로 성소수자(LGBTQ)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이날 객석에서는 곳곳에 무지개 깃발이 나부꼈다. 케샤가 입고 나온 옷 그리고 종이가루로 가득 찼던 장난감 총 등에도 무지개 물결이 새겨졌다.

공연 전 웰컴 음악으로 제니스 조플린(1943~1970)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거침없는 음악 스타일 등으로 '여가수'에게 부여된 관습적 제약을 벗어던지 가수로 유명하다.

케샤 역시 이날 공연에서 편견, 선입견을 벗어 던졌다. '위 알 후 위 알(We R Who We R)'을 부르면서 이 곡이 "인권과 평등을 위한 노래"라고 했다. 무지개 깃발을 들고 있는 관객을 보며 "LGBTQ 친구들을 위한 노래"라고 울부짖을 때, 노랫말처럼 "우리는 수퍼스타"가 됐다. 케샤는 목소리 높여 노래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라고.

사실 이번 공연은 시작 전에 우려를 샀다. 케샤가 이미 전성기가 지난 데다 홍보도 잘 안 돼 객석이 채워질 지 의문이었다. 이날 8000석 규모인 연세대 노천극장에 절반이 미치지 못하는 관객이 들어섰다.

더구나 상당수는 할인 이벤트, 초대권을 통한 관객들이었다. 제대로 티켓값을 주고 온 관객들이 볼멘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 시작한 뒤 제멋대로 자리를 옮기는 관객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야외 공연장에서 주취 측은 이를 제지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공연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콘서트 자체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다. 케샤의 가창 실력과 카리스마, 무대 매너 그리고 일부 팬들의 열정적인 화답 덕분이었다.

케샤가 어쿠스틱 기타를 든 채 '배스터즈(Bastards)'에서 "XXX들이 당신을 슬프게 하게 만들지 마라"라고 노래할 때 객석에는 스마트폰 플래시가 가득 켜졌다. 모두의 위로가가 됐다.

미국 포크 가수 돌리 파튼의 '졸린' 커버 무대는 어떤가. '내 남자를 가져가지 마'라는, 언뜻 케샤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연약한 가사의 노랫말에도 비굴하지 않았다. 핏불의 곡으로 자신이 피처링한 '팀버'에서는 일렉 기타를 들고 랩까지 했다. 열렬한 팬들의 환호에 "너희들 XX 놀랍다"며 연신 XX를 외쳤다.

'테이크 잇 오프(Take it Off)'를 부를 때는 제목처럼 객석에서 옷을 벗은 일부 관객이 무대를 향해 이 옷가지들을 던졌다. 심지어 자주빛 브래지어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케샤는 행복하다면서 자신의 집 벽에 걸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블로(Blow)'로 본 공연이 끝난 뒤 앙코르 첫 곡으로 성스럽고 웅장한 발라드 '프레잉'이 울려퍼졌다. 그간 힘들었던 경험과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은 곡으로, 올해 1월 '제60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다른 여성 가수들과 이 곡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마침내 첫 내한공연한 그녀가 자랑스러웠다.

마지막은 역시 대표곡 '틱 톡'이었다. 분위기가 단숨에 반전됐다. '프레잉' 여운으로 인해 첫 멜로디에도 객석 반응이 생각보다 차분하자, 케샤는 외쳤다. "난 이곳에서 이 곡을 부른 적이 한번도 없다"고. 모든 관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와일드 팝 디바'는 무대 위에서 여전히 강렬하게 살아 쉼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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