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정운찬 총재, 사과와 변명뿐···'알맹이'가 없다

기사등록 2018/09/12 1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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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정운찬 KBO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에서 아시안게임 당시 병역 면제 등으로 불거진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12.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사과와 변명뿐이었다. 정작 '알맹이'인 구체적인 밑그림이나 대안은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운찬 총재가 12일 오전 야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KBO는 "현재 야구계의 당면 과제와 KBO 리그의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다.

 올해 아시안게임 이전부터 야구대표팀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야구 팬들의 질책이 잇따랐고,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은 한층 거세졌다.

 그러자 KBO는 지난 5일 2022년 아시안게임 때 리그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국민들이 보내준 격려와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사과했다.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린 이달 2일 이후 열흘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정 총재가 공식석상에 직접 나서는만큼 실효성있는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다. 정 총재는 10일 2차 신인 드래프트 행사장에서 이날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예고까지 한 터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구체적 대책은 없었다. 뜬구름잡기 식의 두루뭉수리 답변만 했다.

 정 총재는 준비해 온 원고를 읽는 것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아시안게임에서 보내주신 큰 성원 덕분에 당초 목표대로 우승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아시안게임 야구 3연패도 달성했다"며 "그러나 국민 스포츠인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쳤다. 외형의 성과만 보여드리고 만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야말로 '유구무언'이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비판을 뼈아프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아시안게임 야구를 지켜보며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KBO가 국위 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한다는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되어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정운찬 KBO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에서 아시안게임 당시 병역 면제 등으로 불거진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12.kkssmm99@newsis.com
이어 정 총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1차 실무협의를 통해 확정했다는 내용을 발혔다.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 구성이다. 정 총재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대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회다. KBO에서 5명,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5명을 추천해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책이라고 들고나온 협의회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사실상 없다. 협의회 발족 시기나 형태도 오리무중이다. 어떤 기준으로 전문가를 추천해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종합해 추천할 것"이라는 원칙만 내놓았을 뿐이다.

 정 총재는 "협의회가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살펴보고, 이 사태를 포함해 모든 것을 공론화할 것이다. 한국 야구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협의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에 대한 비판의 중심에는 병역면제 혜택이 있다.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일부 선수들의 병역면제 혜택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전임 감독제가 되면서 사라진 기술위원회를 부활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정 총재는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의 원인이나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되레 "선수 선발의 책임은 선동열 감독에게 있다. 코칭스태프 의견을 존중하지만 국민 정서와 가치에 따르지 못한 것은 사과드린다"며 선 감독에게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객관적인 선수 선발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한 정 총재는 "협의회는 선수 선발을 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가대표 선발 기준 마련은 협의회와 의논할 뜻을 내비쳐 혼선을 줬다.

 전임 감독제를 유지하면서 체계적으로 규정을 보완할 것이라면서도 막상 당사자인 선 감독과는 교감조차 없었다. 정 총재는 "우리 사회가 선 감독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느낌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 다음에 만날 생각"이라며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 총재는 "지난해 7월 전임 총재 시절에 전임 감독제가 생겼다"며 자신의 임기 전에 도입한 것이라는 점을 여러 번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인상도 보였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정운찬 KBO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O에서 아시안게임 당시 병역 면제 등으로 불거진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12.kkssmm99@newsis.com
병역혜택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다. 효율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믿고 방침에 따르겠다"면서 정부 쪽으로 공을 넘겼다. 야구계에서 불거진 시비를 야구계에서 해결하지 못해 정부가 나선 것인데,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이후 KBO리그 관중이 줄어든 것에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총재는 수치로 답했다.정 총재의 설명에 따르면, 시청률의 경우 올해는 아시안게임 이전 569경기에서 0.98%, 이후 30경기에서 0.77%로 0.21% 감소했다. 4년 전에는 아시안게임 이전 525경기에서 시청률이 0.93%였고, 이후 51경기에서 0.69로 0.24% 떨어졌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올해 아시안게임 이전 569경기에서 평균 1만1278명이었고, 아시안게임 이후 30경기에서 평균 9347명으로 17.1% 줄었다. 2014년에는 아시안게임 전 525경기에서 평균 1만1536명이었고, 이후 51경기에서 8896명으로 22.9% 하락했다.

 정 총재는 "지금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4년 전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고 제시했다.
 
 관중 감소에는 여러 이유가 있음에도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4년 전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식의 논리를 댔다. "야구를 보다가 몇 주 보지 않으면 안 보게 되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폐막 후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사과는 이미 늦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변화를 기대할 만한 대책이라도 들고 나왔어야 했지만, 알맹이 없이 뒤늦은 사과만 있었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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