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유엔 제출 판문점선언 영문본, 연내 종전선언 못박아"

기사등록 2018/09/12 13: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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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원본과 청와대 영문본, 북한 영문본 서로 미묘하게 달라

associate_pic4【판문점=뉴시스】한국공동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이하고 있다. 2018.04.2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북한이 유엔에 공동 제출한 '판문점선언' 영문본이 한글 원본 및 청와대 공식 번역본과 미묘하게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판문점 선언이 영문 번역을 거치면서 원래 뜻이 왜곡됐다는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남북한이 지난 6일에 유엔에 공동제출한 영문본 '판문점 선언'과 청와대가 지난 6월 발행한 '평화를 위한 여정' 에 게재돼있는 영문본, 그리고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 한글 원문을 비교분석해 위와같이 주장했다.

11일 일반에 공개된 이 문서 3조 3항에는 "(남북)양측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가 관여하는 3자 혹은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The two sides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side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to replacing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greement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고 돼있다.

VOA는 지난 4월 채택된 ‘판문점 선언’ 원문만을 놓고 보면 이 해석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돼있다.

하지만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사흘 뒤 정례브리핑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는 남북 간에 합의를 했지만 남북만이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3자 또는 4자 회담을 개최해서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전을 연내 선언하기로 ‘합의’한 게 아니라 그런 목표를 위해 다자 회담을 ‘추진’ 중이라는 게 원래 뜻이라는 것이다.

​백 대변인이 설명한 내용은 청와대가 내놓은 공식 영문 번역본에 비교적 잘 표현돼 있다.  "휴전 65주년이 되는 올해에 남과 북은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3자, 혹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4자 회담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During this year that marks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South and North Korea agreed to actively pursue t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and the United States, or quadrilateral meetings involving the two Kore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with a view declaring an end to the War, turning the armistice into a peace treaty, and establishing a permanent and solid peace regime)"는 것이다.  이 같은 영문 번역본은 판문점선언이 이뤄진 두 달 뒤인 6월 청와대가 발행한 남북정상회담 결과집 28페이지에 그대로 실려 있다.

 그러나 북한이 발표한 영문본은 또 다르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판문점선언 영문 번역본의 첫 문구를 직역하면 "북과 남은 정전협정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며, 지속가능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북-남-미국 3자대화 또는 북-남-중국-미국 4자해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The north and the south agreed to declare the end of war this year, the 65th anniversary of the Armistice Agreement, replace the Armistice Agreement with a peace accord and actively promote the holding of north-south-U.S. tripartite or north-south-China-U.S. four-party talks for the building of durable and lasting peace mechanism)"로 돼있다.

'판문점 선언'의 3가지 본을 놓고 볼 때 유엔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제출한 ‘판문점선언’은 한국보다는 북한의 해석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VOA는 지적했다.

3자 혹은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판문점선언 원문은 이런 과정을 거쳐 남북 두 정상이 “올해 종전선언을 합의했다”는 내용으로 바뀐 채 조태열 유엔주재 한국 대사와 김인룡 북한 대사대리의 공동 서명을 거쳐 유엔총회와 유엔 안보리에 동시에 회람됐다고 VOA는 전했다.

미 터프츠 대학 이성윤 교수는 1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에 제출된 문건만 보면 남북이 종전선언을 연내에 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매우 확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적 오류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 이미 청와대에서 내놓은 영문본이 있는데, 이와 다른 뜻에 다른 내용이 담겨 있는 걸 유엔에 제출한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최초 채택된 4.27 판문점선언 문구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남북이 올해 종전선언을 선언하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영문 번역본이 이런 오해를 해소하고 있는데도 이를 유엔에 제출하지 않은 데 대해 이 교수는 의문을 제기했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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