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건설한류⑧]세계최고 교량기술로 하나된 브루나이 만든 '대림산업'

기사등록 2018/09/13 08:00:00

최종수정 2018/09/18 09:03:22

차타고 국경넘던 '무아라~템부롱' 가는길, 고속도로로 '씽씽'

41개월만에 30km도로건설 현실화…'론칭 갠츄리' 공법 효자

'템부롱 교량' 순항중…내년 5월 완공목표로 현재 준공률 75%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 수주로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도전

특수교량분야 중국업체 발붙이지 못하게 시장 장악해나갈 것

【무아라(브루나이)=뉴시스】이인준 기자 = '술탄의 나라'라는 것외에 우리에게 생소한 브루나이의 국토는 내륙은 말레이시아 국경을, 바다는 '브루나이 만(Brunie Bay)'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뉜다.

 서쪽 '무아라' 지역에서 '템부롱' 지역까지 가려면 차량으로 약 4시간. 말레이시아 국경을 2차례나 넘어야 한다. 배를 타고 건넌다고 해도 1시간 이상. 대부분의 인구는 수도 반다르스리브가완과 가까운 무아라 지역에 살고 템부롱지역은 여전히 밀림으로 빽빽하다. 양극화 해법을 찾는 것이 브루나이 정부의 오랜 숙원이었다.

 대림산업이 짓고 있는 템부롱 교량은 이같은 브루나이의 염원을 담은 국가 균형발전의 가장 핵심 프로젝트다. 전체 공사비가 약 2조원에 이르는 브루나이 역사상 가장 큰 교량 건설사업이다. 템부롱교량이 완공되면 무아라와 템부롱은 다리 하나로 연결된다. 바다 위를 지나는 30㎞의 고속도로를 차로 달려 고작 20분이면 템부롱까지 도달한다. 한 나라지만 사실상 두나라였던 브루나이가 다시 하나로 이어지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발주처에서도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 애초 불과 41개월만에 바다 위 13.65㎞의 도로를 포함해 총 연장 30㎞ 길이의 도로를 지어달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였다.

 대림산업은 발주처의 무리한 요구에 가장 확실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서 공사를 따냈다. 바로 대림산업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한 '론칭 갠츄리(launching gantry)'를 활용한 새로운 공사 기법이다.

 이 장비는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상판을 올리는 장비인데, 대림의 장비는 규모부터 다르다. 기존의 장비가 800t짜리 상판을 하나씩 올리는 수준이었다면 대림의 장비는 최대 1700t까지 한꺼번에 2개씩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대림산업이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설계해서 유럽 건설기계 제작사에 의뢰해 탄생했다.

 새로운 공사 방식은 공사기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대림산업 전태명 매니저는 "상판 2개를 한 번에 들어서 교각위에 올리는 방식은 우리로서도 처음 시도하는 공법이었다"며 "발주처의 공사기한을 맞추기 위한 고민이 새로운 공사 기법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의 템부롱 교량건설은 순항중이다. 하루 평균 상시근무 인력 1500명이 투입돼 75%의 준공률을 기록중인 가운데, 내년 5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대림산업은 그동안 해외 해상 특수교량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해대교와 2260m 길이의 현수교는 이순신대교를 지었고 브루나이 최대 규모의 사장교인 순가이 브루나이 대교도 대림의 몫이었다. 이어 템부롱까지 수주하며 일감을 꾸준히 따내고 있다.

 하나의 다리를 지으면 또다른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대림산업은 올해 3월 SK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차나칼레 프로젝트는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을 가로지르는 3.6㎞ 길이의 현수교와 85㎞ 길이의 연결도로를 연결하고 통행료를 받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의 민관협력사업(PPP)이다.
 
 대림산업은 이 사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건설에 도전한다. 교각과 다음 교각 사이의 길이가 3.6㎞로, 2000t에 가까운 상판을 하부 지지 없이 강철로만 지탱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림산업의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재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다.

 대림산업은 앞으로도 교량에 대한 수주 전망은 밝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루나이는 교량 건설을 통해 제2의 건국을 도모하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알라의 선물'은 머잖아 고갈된다. 무궁무진한 산유량으로 1인당 GDP가 전 세계 5위(약 7만8000만 달러·2014년) 수준이지만, 산업 기반이 없어 '메이드 인 브루나이'가 없다. 국민들이 누리는 교육, 의료 등 복지 혜택은 공짜가 아니다. 브루나이는 버려진 땅, 템부롱을 개발해 향후 100년의 먹거리를 책임질 산업의 씨앗을 뿌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섬에서 이웃 섬으로 교류를 시도하는 국가들이 늘면서 교량을 짓고자 하는 저개발국가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노후된 교량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안병욱 현장소장은 "자국내 건설실적을 기반으로 한 중국업체들의 트랙 레코드(실적)이 무시무시하지만 특수교량분야에서는 중국업체들이 발붙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전, 기술력면에서 가진 우위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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