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강북우선전략은 살릴 수 있나…강남북 균형발전 '물음표'

기사등록 2018/08/27 12:10:25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보류 후 강북우선전략 지속 여부 주목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운행 이어 또 다시 정책 철회 가능성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8.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집값 급등세를 이유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보류하면서 강북 우선투자전략 추진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과 서울시는 이번 보류 선언으로 집값 급등세가 진정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은 비단 여의도·용산 계발 계획 뿐 만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박 시장이 이번 달에 발표한 강북 우선투자전략 역시 집값 급등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강북 우선투자전략은 박 시장이 한달 간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무리하던 지난 19일 발표됐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8.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18.08.26. [email protected]
이 전략의 주된 내용은 서울의 고질적 현안인 강·남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박 시장 임기 내 강북지역에 각종 투자를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강북의 교통·도시계획·주거 부문에 집중투자해 낙후된 강북지역의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 등으로 붕괴된 강북지역 골목경제를 주민 중심 지역 선순환 경제로 부활시킨다는 게 이 전략의 핵심이다.

 이 전략에는 경전철 사업 재추진, 빈집 매입 후 청년·신혼부부 주택으로 공급, 공공기관 강북 이전 등 내용이 담겼다. 이 정책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거론됐지만 진척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강북지역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여지가 없다는 게 박 시장 측 설명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박 시장 측과는 견해가 다르다. 강북 우선투자전략의 실제 내용이나 효과와는 상관없이 박 시장이 강북우선전략을 발표한 뒤 부동산 투자자들은 강북지역에 있는 아파트들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강북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투자 문의가 쇄도하고 호가가 연일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북 우선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도 문제다. 강북지역 경전철의 경우 당초 민자사업으로 계획됐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착공이 미뤄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자체 예산을 투입하면 상당한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외에 강북 우선투자전략까지도 본래 취지와 달리 집값 급등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물론, 정책 실현 가능성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박 시장과 서울시의 정책이 집값 급등 원인이었다는 비판에 또 다시 직면할 수 있다. 

 나아가 박 시장의 정책 추진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박 시장은 올초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시 출·퇴근길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도입했다가 혈세 낭비 논란 끝에 한달만에 철회했다. 특히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이나 강북우선투자전략과 관련해선 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소요 예산 등을 엄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박 시장으로서도 더 물러서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개발론자로 전환했냐'는 오해를 샀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과 달리 강북 우선투자전략은 박 시장이 일관되게 추진해왔던 도시재생과 사회적약자 배려를 반영한 상징성을 띤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강북 우선투자전략을 살리기 위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포기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조만간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 책임 추궁이 있을 경우 박 시장으로선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했음을 강조하면서 강북 우선투자전략만은 지키려고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잇단 개발정책 논란 속에 악화된 여론을 달래는 것도 급선무다. 당장 시민사회에서 박 시장에 대한 비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7일 성명에서 "박 시장은 통개발, 서울지하화, 강북 토건투자 확대 등 균형개발을 명분삼은 땅값조장책으로 일관하며 불로소득만 늘렸다"고 일갈했다.

 이어 "서울시는 더 이상 명분없고 투기꾼만 배불리는 개발정책을 전면 철회하고 설익은 개발정책을 추진한 개발관료들을 문책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500만 집없는 서울시민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집값안정책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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