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판사는 가해자 말만 귀담아 듣나"…재판부 정면 비판

기사등록 2018/08/18 18:29:31

"듣지 않고 확인 않을 것이면 왜 물었나"…1심 재판부 규탄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았다…다시는 안 한다는 말 믿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미투 안희정 성폭력 사건 정의로운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피켓을 들고 있다. 2018.07.02.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미투 안희정 성폭력 사건 정의로운 판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우리는 김지은을 지지합니다' 피켓을 들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양소리 윤슬기 기자 =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지은(33)씨가 "판사는 증거를 확인했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을 것이면 왜 물었느냐"라면서 자신과 연관된 1심 재판부를 규탄했다.

 정혜선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 변호사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서 김씨 입장문을 대독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김씨는 "살아내겠다고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 지난 3월 이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14일 이후에는 여러 차례 분노와 슬픔에 흔들렸다"라며 "죽어야 제대로 된 미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지금 죽어야 할까라고 생각도 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그날 안희정에게 물리적 폭력과 성적 폭력을 당했다. 저는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절을 표현했다. 그날 직장에서 잘릴 것 같아 도망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일을 망치지 않으려고 티내지 않고 업무를 했다. 저는 그날 안희정이 다시는 안 하겠다는 그 말을 믿었다"라고 했다.

 또 "검찰의 집요한 수사와 이상한 질문에도 성실히 대답했다. 일관되게 답했고 많은 증거를 제출했다"라며 "판사는 3분은 제 답변을 들으셨나. 검찰이 재차, 3차 확인한 증거들 읽어보셨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을 거면서 왜 물었나"라고 밝혔다.

 김씨는 "검찰에 출두 직후 핸드폰을 파기했는지 왜 물으셨나. 왜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안 들으시나"라면서 "왜 제 답변은 안 듣고, 답하지 않은 가해자의 말을 귀담아 듣나, 그동안 성실히 악착같이 수사 받고 재판 받았다. 무수히 많은 질문에 다 대답했다. 제게 무슨 질문을 또 하시려 하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제 제가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다"라며 "저는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평범한 시민이다. 여러분이 권력자에게 당한 폭력, 그것은 제가 당한 것과 같다. 판사들은 성폭력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당하는 폭력과 다르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위력은 있지만, 위력은 아니다. 원치 않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력은 아니다. 뭐가 아니라는 것인가. 바로잡을 때까지 살아내겠다"라면서 집회 참석자들을 상대로 도움을 호소했다.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성적 제안에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고 내심 반하는 심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에서는 성폭력 범죄라고 볼 수 없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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