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 열린 곳 녹조 없어, 강기슭엔 녹조띠 형성 극명 대비
영산포 선착장 강물도 일부만 옅은 청색빛 악취도 없어
"물흐름 연속·지속성 확보 가장 중요, 보 철거 필요성 제기"
【광주·나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지속된 불볕더위에도 보가 개방된 영산강에 녹조(綠潮) 현상이 비교적 줄고 있는 모양새다.
열흘째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20일 오후 광주 남구 영산강 승촌보.
지난 4월부터 보 수문 4개가 모두 열려 수위 2.5m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엔 강물의 빛이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물 흐름(유속)이 관찰되는 보 하류 수문 앞쪽에는 녹조가 없었지만, 햇빛이 반뜩대며 내리쬔 좌·우안 강기슭은 녹조로 뒤덮였다.
녹조 알갱이와 길게 늘어진 녹조 띠가 보였고, 강변과 부딪히며 탁한 거품을 내뿜기도 했다. 보 구조물 아래에서도 녹조 웅덩이가 관찰됐다.
반면, 개방된 수문 쪽에는 물살이 잠시 정체됐다 이어지는 구간에만 녹조 알갱이가 일부 관찰됐다.
승촌보 상류는 강 흐름이 빨라지고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수문 개방 전에 볼 수 없었던 모래톱·여울·하중도가 보였고, 철새 수십여마리가 서식 활동을 하고 있었다.
같은 날 찾은 강 중류지점인 전남 나주시 영산포 선착장 기슭. 약 1㎞ 구간에서만 청색빛의 옅은 녹조가 관찰됐다.
선착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나흘 전부터 물빛이 탁해졌지만 예년에 비해 (녹조가)짙은 편도 아니고 악취 또한 풍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영산강은 보 개방 전인 지난 2015년 5월 때이른 무더위로 신광천·구진교·영산대교·배수문교 지류 곳곳이 걸쭉한 녹조에 몸살을 앓았다.
승촌보·죽산보 건립 이후 영산강 보 주변 녹조 발생 일수도 2014년(3회·12일), 2015년(4회·52일), 2016년(4회·99일) 등 해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열흘 가량 이른 폭염이 찾아와 수온이 올랐지만, 수문 개방으로 유속이 빨라지면서 녹조류·남조류가 급격히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4대강 보 개방 1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영산강의 조류농도가 37% 감소했다고 밝혔다.
최지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22일 "녹조가 줄어든 것은 수문을 열어 유속이 빨라지고 유기영양물질의 자정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강기슭에만 녹조띠가 형성된 점으로 미뤄 보 구조물이 존치돼 있는 이상 녹조 저감의 한계는 분명하다"며 "하천 생태계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근 카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녹조 발생 요인은 크게 물 흐름 정체, 오염물질(질소·인 등), 온도 등으로 볼 수 있다. 기온과 오염물질 유입(하수·비료 등에서 나온 인 물질)은 사실상 제어할 수 없다"며 "결국엔 물 흐름의 연속·지속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