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앞으로가 더 걱정" 나주 오리농가 무더위 앞 속수무책

기사등록 2018/07/22 06:47:06

【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전 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오리농가에서 오리들이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2018.07.22. wisdom21@newsis.com
【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전 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오리농가에서 오리들이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불볕더위가 9월까지 계속된다는데 방법이 없어요. 방법이…"

 지난 21일 오후 폭염경보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전남 나주시 세지면 임종근(51) 씨 오리 농가.

 축사를 둘러보던 임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는 오리들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열병에 걸려 탈진한 오리다. 가망이 없다"며 쓰러진 오리들을 한곳에 모아 검은 고무통 안에 따로 가뒀다.

 그는 검은 통에 모아둔 오리들을 매일 오후 8시께 수거해 땅에 묻는다. 

 축사 안 다른 오리들도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상대적으로 활동성이 좋다는 부화한 지 2주 된 오리들도 입을 벌린 채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축사 천장에 설치된 대형 선풍기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사육환경을 조정하는 센서에 잡힌 축사 내 온도는 33도. 오리가 열탈진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30도보다 3도 높았다.

 오리는 보통 42일이면 출하할 수 있지만 무더위에 지친 오리들은 물과 사료를 적게 먹기 때문에 발육이 더디다. 출하까지 최대 일주일이 더 걸리는 사이에 오리 폐사량이 급증한다.
【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전 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오리농가에서 무더위에 지친 오리가 힘겹게 물을 마시고 있다. 2018.07.22. wisdom21@newsis.com
【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전 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오리농가에서 무더위에 지친 오리가 힘겹게 물을 마시고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임 씨도 다음 달 출하를 앞두고, 폐사를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축사 15개동에는 각각 8~12대의 대형 선풍기가 가동된다. 축사 지붕 위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물줄기가 지붕을 타고 축사 외벽으로 흘러내리면서 실내 열기를 식힌다.

 임 씨는 먹는 물과 사료에 소금과 각종 비타민을 섞어 오리에게 먹이며, 밤에는 축사 안에 직접 물을 뿌려주기도 한다.

 오리를 30여 년 동안 길러온 임 씨조차 "무더위가 끝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소용없는 짓이다"며 자조했다.

 그는 "스프링클러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지붕을 타고 외벽으로 흘러내리기도 전에 마를 정도로 날씨가 무덥다"면서 "요즘처럼 바깥 공기가 뜨거우면 대형 선풍기는 무용지물이다"고 말했다.

 그나마 스프링클러가 효과적이지만 그마저도 물을 공급할 관정이 부족해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임 씨의 농장에는 부화한 지 14∼18일 된 오리 8만여 마리가 다음 달 출하를 앞두고 있지만, 그는 걱정부터 앞선다.

 그는 "한달을 자란 오리는 몸이 무거워져 더위를 못 견딘다"며 "아직은 하루에 수십마리 수준이지만, 다음주 이후에는 날마다 수천마리가 페사할 것이다"고 힘없이 말했다.

 이어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진다는 기상예보에 출하를 2번 더 해야하는 오리농가들의 속이 바짝 탄다"며 "주변 오리농가가 모두 울상이다"고 전했다.

 올 여름이 아직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나주 지역에서만 3만여 마리의 오리가 무더위에 폐사했다.

 임 씨는 "축사 열기를 식힐 물 공급이 시급하다"며 "관정 추가 확보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험사들이 보험평가액 기준을 현실화해 축산 농가의 피해를 제대로 보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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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전 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오리농가에서 무더위에 지친 오리들이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누워 있다. 2018.07.22. wisdom21@newsis.com
【나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전남 전 지역에 발효된 폭염특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1일 오후 전남 나주시 세지면 한 오리농가에서 무더위에 지친 오리들이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누워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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