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주민 대의기관…지방의회 법적 지위 제고해야"

기사등록 2018/07/22 09:00:00

최종수정 2018/07/23 08:48:18

풀뿌리민주주의 신봉자 지방분권 헌신

재선후 의장 하마평 불구 출마 심각히 고민

이번 선거 '군주민수' 시민속 의정펴야

지방의회 한계 극복위해 지방의회법 제정 추진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대선 박대로 기자 = 10대 서울시의회 상반기를 이끌어갈 신원철 의장은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인 해인 1987년 인천대 총학생회장으로 활약하며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정계로 진출해 운동권 동지였던 우상호 국회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신 의장은 2010년 8대 서울시의회에 입성해 시의원 활동을 시작했다. 9·10대 시의원 선거에서도 연이어 당선돼 3선 고지에 올랐다.

 9대 시의회 전반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아 민주당 시의원들을 이끌었다. 풀뿌리 민주주의 신봉자인 그는 지방분권 TF단장도 맡아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이번 의장 선거에서 당초 열세라는 세간의 평을 뒤엎고 역전드라마를 연출하며 의장자리를 거머쥐었다.

 지난 6일 치러진 의장 후보를 뽑기위한 당내 의원총회에서 1차 투표 결과 41표 대 42표로 동료인 최웅식 의원에 1표 뒤졌지만 이어진 결선투표에서는 53표를 얻어 49표에 그친 최 의원을 4표차로 이겼다.

 정치적 그릇이 큰데다 합리적이면서도 추진력있다는 평을 듣고 있는 그가 시의회 수장이 되면서 시의회 안팎에서는 '신원철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 20일 오전 시의회 의장실에서 신 의장을 만나 앞으로의 포부를 물었다.

 재선 무렵부터 이미 의장 하마평에 오른 신 의장은 예상과 달리 의장선거 출마여부를 심각히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선거가 끝나고 의장 선거에 나올지 말지 고민했다. 10대 시의회가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선거운동에 늦게 뛰어들었다"며 "막판까지 선의의 경쟁을 했던 것 같다. 3명이 나오니 1차에서는 끝낼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결선투표까지 갔는데 레이스를 같이 해준 최웅식 의원과 김인호 의원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의장선거는 과거 어느때보다 잡음이 덜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청와대도 이번 서울시의회 의장선거를 주목했다고 한다.

 신 의장은 "어제 한병도 정무수석이 왔었는데 '차분하고 조용하게 치러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라며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는데 (시의회 의장) 자리를 놓고 내부 다툼을 벌여 구설수에 오르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2006년 시의원 선거를 떠올렸다. 2006년 당시 한나라당이 106석 중 102석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110석 중 102석을 얻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신 의장은 "내가 2006년도 선거에 나왔는데 그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유세 중 내 지역구에 있는 신촌 현대백화점에서 커터칼을 맞는 사건이 났다. 그 때 서울지역 96명 (민주당)후보들이 다 낙선했다. 25개 구청장을 내줬다. 서울·경기·인천도 마찬가지였다"며 "그게 12년만에 거꾸로 재연됐다. 그래서 국민은 정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뒤집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선거는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진 선거라고 본다. 우리에게는 압도적인 의석을 줬지만 상대당에는 아주 매서운 회초리를 든 게 바로 민심"이라며 "우리가 자만하거나 만족했다가는 언제든 반전의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이번 선거를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 '군주민수'다. 우리가 잘 했다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커서, 또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우리가 된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1000만 시민속으로 더 들어가야지 다수당이 되고 1당 독점이 이뤄졌다고 건방지게 으쓱대다가는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리라 확신한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승 탓에 자유한국당은 6석만 있는 시의회 소수당이 돼버렸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역시 각 1석만 보유한 탓에 민주당에 대한 타당의 견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신 의장에게는 이런 의석구도가 되려 부담이다.

 신 의장은 "현격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며 "전에는 자유한국당이 20~30석을 차지해 교섭단체가 됐는데 이번에는 타당 의석을 모두 합쳐도 8석 밖에 안 된다. 야당이 1명도 못 들어간 상임위(행정자치위원회와 환경수자원위원회)가 있을 정도"라고 시의회 상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적은 민주당이지만 민주당만의 의장이 아니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을 포함한 110명을 대표하는 의장"이라며 "의정활동이나 입법활동을 하는 데 소수당이라는 소외감을 들지 않게 배려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주의라는 게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다수결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그분들이 소외감이 들지 않게 할 의무가 의장인 나에게 있다"며 "그저께 자유한국당 6명 의원들을 모셔서 식사하면서 '닫혀있는 의장이 되지 않고 야당과도 늘 접속 아닌 접촉을 하겠다'고 했다. 경청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의장이 임기중 가장 바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 달성이다. 지방분권의 한축인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은 전임 시의회 의장들이 끊임없이 주창했지만 이루지 못한 미완의 과제다. 정책보좌관 제도 도입과 시의회 사무처 인사권 독립, 지방의회 입법권 부여 등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신 의장은 "이게 제일 현안이고 고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에 버금가는 자치분권을 이루겠다고 얘기했고 지난해 10월에 지방자치의 날에는 '자치와 분권은 국민의 명령이고 시대정신'이라는 얘기까지 했는데 행안부의 5대 로드맵에 지방의회가 보이지 않는다. 늘 소외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에도 118조에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회를 둔다고 돼있다. 지방의회가 하위개념이고 부속기관이다. 독립기관으로서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며 "주민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의회의 법적 지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9대 의회에서 지방분권TF 단장으로 활동하며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역설해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회의 한계도 절실히 느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그는 "내가 국회에서 10여년전에 4급 보좌관을 해봤는데 그때 받았던 월급보다 지금 시의원으로서 받는 세비가 조금 적다"며 "또 4급인 의장 비서실장의 월급이 (의장인) 나보다 훨씬 높다. 그게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지방의회 인사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신 의장은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들 만나서 '국회사무처 직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인정하겠나'고 물으면 '그건 안 된다'고 한다. 이에 내가 '서울시의회 사무처 직원은 시장이 임명한다'고 하면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9대 때 마련한 지방의회법 제정안에 애착을 갖고 있다. 그는 "지방분권TF단 활동을 하면서 국회법을 모티브로 삼아서 지방의회법을 만들었고 전현희 의원이 그걸 받아주셨다.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인력 등을 지방의회법에 담았다"며 "그래서 개인적으로 지방의회법에 진짜 목매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의회법이 통과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시의원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 권한 확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들, 그리고 지방의회를 통제하고 싶어하는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지방분권 공공의 적이다.
 
 신 의장은 국회의원들에 대해 "지방의회법이 통과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국회 행안위와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여기만 가면 여야 많은 의원들이 부담을 느낀다"며 "서울·수도권 의원들은 (지방의회법에) 긍정적인데 지방 국회의원은 (지방의원을 키워주면) '호랑이 새끼를 키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행안부 등 중앙정부 공무원들에 대해서도 "(행안부가 마련한) 지방분권 5대 로드맵을 보면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아니라 인사권 '확대'라고 돼있다"며 "대통령의 눈높이는 여기인데 따라가는 공무원의 눈높이는 저 아래"라고 지적했다.

 신 의장은 이같은 어려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방의회법 제정을 위해 민주당 소속 광역시도의회 의장들의 힘을 모을 계획이다.

 그는 "지난번에는 17개 시도의회 의장단에 한국당 소속 의장도 꽤 있어서 지방분권 문제와 개헌 문제에 한목소리 못 냈지만 이번에 2개를 뺀 15개 의장이 민주당이라 이제는 한목소리를 내고 액션을 취할 환경이 마련됐다"며 "나는 지방의회법이든 지방자치법 개정이든 하려고 한다. 광역시도의회 의장단이 이제 뭔가 해야 한다. 그리고 장렬히 전사해야한다. 씨를 뿌려야 후반기 의장들이 그 토양으로 일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각오를 밝혔다.

 신 의장의 과제 중 하나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견제다. 서울시와 시의회를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면서 민주당 일색인 서울시의회가 같은당 소속인 박 시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이같은 관측을 불식시키는 게 신 의장의 중요 과제다.

 신 의장은 "중앙정부 대통령은 문재인, 시장은 박원순, 교육감은 진보교육감 조희연, 시의회는 민주당으로 소위 싹쓸이를 했다"며 "이제 잘못하면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오로지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신원철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07.22.  [email protected]
그는 9대 시의회 때도 박 시장 견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우리가 같은 여당이라 톤다운을 조금 할 수밖에 없지만 9대 때 (박 시장을 상대로) 문제제기를 상당히 많이 했다. (한국당) 김진수 의원이 '우리가 여당 같고 너희가 야당 같다'고 했을 정도"라며 "예민했던 청년수당문제와 7017서울고가, 조정교부금 문제 등 박원순 시장의 가치와 철학이 담긴 부분에서 세게 문제제기한 게 한국당보다 우리였다. 단순히 같은 당이라 해서 예스맨이 된다는 전망에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중 한사람이라 신 의장과는 특수관계일 수밖에 없다. 신 의장은 박 시장의 조기 대권도전에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옥탑방 생활 등 박 시장의 최근 행보에는 긍정적인 평을 내놨다.

 그는 "민선 7기가 막 시작된 지 며칠 안 되는데 박원순 시장의 대권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빠르다"면서도 "물론 박 시장은 우리 당의 굉장히 유력한 대권주자고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그걸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치하는 사람이 선한 권력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자기를 담금질하면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나 그 행보에서 누가 봐도 대선에 경도돼 무리한다면 우리가 시정질문이나 여러가지 자리를 빌려 제언은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박 시장의 옥탑방 생활에 관해선 "선거 과정은 물론 당내 경선에서도 강남북 균형발전에 대해 문제제기가 많이 됐다. (박 시장이) 그에 따른 부담이 있었던 듯하다"며 "그래서 이것을 대권을 향한 퍼포먼스라고 보진 않는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분은 시장실보다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000만 시민 속으로 들어가서 그분들의 처지와 조건을 그 높이에서 제대로 바라보고 그분들이 바라는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해 그걸 좋은 정책으로 만들어서 내 삶을 바꾼 첫 시장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마지막으로 시의회 운영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일하는 의회, 실력 있는 의회로 만들어 '서울시의회 일 잘하네' 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빛나는 자리보다 빛이 필요한 자리에 가려고 한다. 대오의 맨 앞보다 맨 뒤에서 밀어주면서 낙오자가 없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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