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매개로 남북 정상 끌어들인 푸틴···판 커지는 동방경제포럼

기사등록 2018/06/23 00:27:11

경제발전에 사활 건 北, 3각협력 사업 총력 南···이해관계 적극 이용

비핵화 과정서 소외됐던 푸틴···대남·대북 영향력 입증 시도

【모스크바(러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열린 한-러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8.06.22. photo1006@newsis.com
【모스크바(러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열린 한-러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2018.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 러시아가 뒤늦게 개입하는 모양새다. 남북 정상을 동방경제포럼(EEF)에 동시에 초청한 것은 경제협력을 매개로 국제사회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2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대궁전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동방경제포럼에 공식 초청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소규모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오는 9월11일부터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 돌아가서 하반기 전체 외교일정을 살펴본 뒤 빠른 시간 내에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4개월만인 지난해 9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극동개발 구상을 담은 '나인 브릿지(9개 다리)' 전략을 제안했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국제회의체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신 동방정책'을 구현하기 위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동방경제포럼을 활용해 왔다.

 동방경제포럼은 2015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에서 처음 개최돼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자체가 아직 공고히 자리매김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년 참가 정상 모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는 핵·병진 경제노선을 폐기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해 포럼의 위상 제고를 그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월드컵 개막식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김 위원장을 동방경제포럼에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동방경제포럼 초청을 수락할 경우 지난 5월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3차 정상회담 자리가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가 외교안보 협의체의 성격을 갖게된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외됐던 러시아 입장에서는 단숨에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핵을 포기하며 경제발전에 올인하고 있는 김 위원장과 '한반도 신 경제지도 구상'의 일환으로 철도·가스·전기 등 남북러 3각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동시에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망(TSR)과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연결, 파이프라인가스(PNG)를 통한 남북러 3국의 가스관 연결 사업을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합의가 필수적이다.

 푸틴 대통령이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강하게 요구한 남북러 3각협력 사업에 대해 확실한 합의 대신 공동연구를 위해 노력한다는 수준으로 마무리한 것은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공동언론발표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과 에즈베스타 조선소 현대화 사업, 북극항로 개척과, TSR 운영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을 했다"면서 "이 모든 사업은 동방경제포럼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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