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번식 가능 붉은불개미 무더기 발견…뒷북 검역강화

기사등록 2018/06/22 19:06:31

대량 번식후 종적 감춘 여왕개미…당국 "공주개미 2차 번식엔 실패"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붉은불개미 유입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2018.06.2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붉은불개미 유입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2018.06.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부산항에서 번식 가능한 붉은불개미와 수천 여마리 개미 떼가 서식하는 개미집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국내에서 이미 한 차례 대량 번식에 성공하고선 다음 세대를 꾸리기 위한 2차 번식을 위해 짝짓기 행위인 '결혼비행'을 시도하다 실패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하지만 붉은불개미의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여왕개미의 행방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붉은불개미 일개미를 발견하고도 번식 종이 추가로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느슨하게 예찰·방제해 온 정부가 뒤늦게 수입 컨테이너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 "여왕개미 찾기 어려워"…수색 계속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2일 발표한 긴급 민관합동전문가 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부산항 한국허치슨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의 3곳을 굴취(땅속을 파냄)해 11개의 개미집을 발견했다.

이 개미집에서 공주개미 11마리와 일개미 3000여마리, 알 150여개가 나왔다.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이래 단일 건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공주개미는 여왕개미가 되기 전 미수정 암개미다.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아 몸집을 키우고 온도 조건까지 맞으면 숫개미와 함께 200m 상공으로 올라가 결혼비행을 하고 난 후 낙하해 인근 지역에 새로운 개미집을 형성해 또다른 군집을 만든다. 바람이 불 경우 낙하 반경은 더 넓어지는데 문헌에 의하면 수 ㎞를 갈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검역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공주개미의 경우 날개가 달린 채 발견된데다 수개미들이 함께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결혼비행에 실패한 것으로 잠정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앞서 결혼비행에 성공해 이 공주개미와 일개미를 낳은 여왕개미의 종적은 감췄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생식과 번식의 단계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본부장은 "여왕개미가 결혼비행에 성공하면 날개를 떨어뜨린 후 개미집에 들어가게 되고 이 기간에는 굉장히 취약해져 도망가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여왕개미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왕개미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죽었다고 단정짓을 수도 없는 상태다. 때문에 여왕개미 수색 작업은 계속한다.

노 본부장은 "죽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여왕개미가 소독약에 부패했거나 굴착과정에서 치워졌을 가능성 등의 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알이 부화해 성충이 될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개미 전문가인 류동표 상지대 교수는 "알은 일개미들의 케어가 필요한데 주위 환경을 감안할 때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부화될 확률은 거의 없다"며 "아직 현미경을 통해 알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누가 낳았는지도) 더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일 큰 일개미가 알을 낳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세대를 이을수 없는, 난황이 없는 무(無)수정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성 알고도 일주일 만에 '평시예찰'…"전수조사 검토"

올해 들어 부산항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30일 중국 복건성 푸칭시에서 선적돼 부산항 허치슨부두로 들여온 건조 대나무 컨테이너 안에서 일개미 2마리가 발견됐었다.

중국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대나무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유입 경로와 확산 범위를 밝혀내진 못했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일주일 만인 이달 7일 검역 태세를 '평시 예찰체계'로 하향 조정했다. 2마리 발견을 마지막으로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가 추가 발견되지 않는데다 컨테이너 내부에서 발견돼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처음으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올해 3월 확정한 '붉은불개미 예찰·방제 매뉴얼'에 따른 조처였다.

평택·당진항 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붉은불개미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 자료
평택·당진항 컨테이너터미널 야적장에서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이 붉은불개미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 자료
검역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것이다. 검역을 반드시 거쳐야하는 식물과 달리 공산품 또는 컨테이너에 묻은 흙과 함께 들어올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에 대해 노 부장은 "개미 개체에 따라 위험도가 상당히 다르고 이에 따른 매뉴얼대로 당시에 해지(전환)했던 것"이라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붉은불개미의 출현이 잦아져 외래병해충의 예찰·방제를 조류인플루엔자(AI) 등과 같은 가축 질병에 준해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만 하더라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둬 확산 위험에 따라 세분화해 대응해 오고 있다. 특히 AI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의 경우 마지막 발생 후 한 달(30일)이 경과하도록 추가 발생이 없을 때 푼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속하는 해충으로, 환경부도 지난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애초 '살인 개미'라고 알려진 것보다는 독성이 세지 않지만, 가축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생태계 교란까지 일으킬 수 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 교수가 비교한 곤충 독성(통증)지수를 보면 붉은불개미는 1.2로 꿀벌(1.0)보다 높지만 작은 말벌(2.0)·붉은수확개미(3.0)·총알개미(4.0)보다는 현저히 낮다.

그러나 붉은불개미 독에 들어있는 '솔레놉신'이란 특이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 쏘일 경우 통증과 가려움이 나타나며,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과민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물린 후 세균에 감염된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70년 동안 80명 가량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다.

진딧물 등 매미목의 해충과 공생하며 식물에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소나 돼지 등 가금류에 달라붙어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붉은불개미로 인한 피해 규모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뒷북 대책마저 '허술'…"내륙까지 번질라" 불안

뒤늦게 내놓은 정부 대책도 문제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서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개미류 혼입 가능성이 높은 코코넛껍 등 32개 품목의 수입컨테이너 전체를 열어보는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복건성 등 불개미 분포 지역 11개성에서 수입되는 경우에는 수입자에게 자진 소독을 유도하고, 자진소독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검역 물량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검역당국이 손댈 수 있는 컨테이너는 식물 검역 화물로,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검역 인력과 예산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노 부장은 "오늘 대책회의에서도 언제까지 (강화된 검사를) 계속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국내외의 병해충 발견 상황을 봐가면 조정·결정한 사안으로, 다른 나라에서 검역을 강화한다면 우리도 그 쪽으로 포커스를 옮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32개 품목 외 컨테이너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일일이 다 열어보기란 어렵겠지만 검토해보겠다"며 "컨테이너 문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법 등 (추가 대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한 차례 대량 번식이 이뤄진 만큼 붉은불개미 서식 단계에 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다 강화된 예찰·방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내륙으로까지 퍼져 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노 부장은 "바람에 의해 인근 수㎞ 떨어진 지역까지 퍼질 수는 있지만 방제 소홀 등으로 국내에서 확산됐을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발견 지점 간의 연계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유전자분석을 해야 하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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