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검역당국 느슨한 붉은불개미 관리…국내 정착 가능성 키웠다

기사등록 2018/06/22 16:38:47

일주일째 추가 발견 없다고 '평시예찰'로 전환

뒤늦게 컨테이너 검역강화대책…식물류로 한정 '한계'

정부, 컨테이너 전수조사 검토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붉은불개미 유입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2018.06.22.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노수현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이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붉은불개미 유입 확산 방지에 대한 정부의 총력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2018.06.22.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변해정 기자 = 검역당국의 느슨한 외래병해충 예찰·관리가 붉은불개미의 국내 서식·정착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뒤늦게 수입 컨테이너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일부 식물 품목에 한정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붉은불개미에 의해 연간 6조원의 피해를 발생하는 미국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컨테이너 전수조사와 검역 사각지대 단속 등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중국 복건성 푸칭시에서 선적돼 부산항으로 들여온 건조 대나무 컨테이너 안에서 붉은불개미 일개미 2마리가 올들어 처음 발견됐다.

당시 중국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대나무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을 뿐, 정확한 유입 경로는 밝혀내진 못했다.

그러나 검역당국은 일주일 만인 이달 7일 검역 태세를 '평시 예찰체계'로 하향 조정했다. 2마리 발견을 마지막으로 붉은불개미 의심 개체가 추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붉은불개미 예찰·방제 매뉴얼에는 붉은불개미가 컨테이너 내부에서 발견돼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없고, 일주일 내 추가 발견되지 않으면 평시 예찰체계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이 매뉴얼은 지난해 9월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처음으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올해 3월 확정한 것이다.

하지만 일개미 2마리가 발견된 지 한 달도 채 안돼 같은 항 야적장 바닥의 틈새에서 10마리가 추가로 나왔고, 이 틈새 부위를 따라 인근 3곳을 굴취(땅속을 파냄)해 11개의 개미집을 또 발견했다.

이 개미집에서 공주개미 11마리와 일개미 3000여마리, 알 150여개가 대거 나왔다. 이번에도 여왕개미는 발견되지 않았다.

노수현 검역본부 식물검역부장은 "개미 개체에 따라 위험도가 상당히 다르고 이에 따른 매뉴얼대로 당시에 해지(전환)한 것"이라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붉은불개미의 출현이 잦아질 우려가 큰 만큼 외래병해충의 예찰·방제를 조류인플루엔자(AI) 등과 같은 가축 질병에 준해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만 하더라도 위기경보 단계를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둬 확산 위험에 따라 세분화해 대응해 오고 있다. 특히 AI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의 경우 마지막 발생 후 한 달(30일)이 경과하도록 추가 발생이 없을 때 푼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에 속하는 해충으로, 환경부도 지난해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한 바 있다. 

애초 '살인 개미'라고 알려진 것보다는 독성이 세지 않지만 가축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생태계 교란까지 일으킬 수 있다.

미국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 교수가 비교한 곤충 독성(통증)지수를 보면 붉은불개미는 1.2로 꿀벌(1.0)보다 높지만 작은 말벌(2.0)·붉은수확개미(3.0)·총알개미(4.0)보다는 현저히 낮다.

그러나 붉은불개미 독에 들어있는 알칼로이드인 '솔레놉신' 특이 성분에 민감한 사람이 쏘일 경우 통증과 가려움이 나타나며, 아나필락시스성 쇼크(과민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붉은불개미에 물린 후 세균에 감염된다면 사망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진딧물 등 매미목의 해충과 공생하며 식물에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소나 돼지 등 가금류에 달라붙어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유발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붉은불개미로 인한 피해 규모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미 전문가인 류동표 상지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인체보다는 가축과 농작물 피해 때문에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햇다.

뒤늦게 내놓은 정부 대책도 문제다.

정부는 이날 오전에서야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개미류 혼입 가능성이 높은 코코넛껍 등 32개 품목의 수입컨테이너 전체를 열어보는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검역당국이 손댈 수 있는 컨테이너는 식물 검역 화물로,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검역 인력과 예산을 이유로 한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노 부장은 "오늘 대책회의에서도 언제까지 (강화된 검사를) 계속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며 "국내외의 병해충 발견 상황을 봐가면 조정·결정한 사안으로, 다른 나라에서 검역을 강화한다면 우리도 그 쪽으로 포커스를 옮길 수는 있다"고 말했다.

32개 품목 외 컨테이너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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