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南 취재 허용…'체제 불안감 해소' 메시지 읽었나

기사등록 2018/05/23 15:29:49

【성남=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8.05.23. photo@newsis.com
【성남=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서울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북한 강원도 원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2018.05.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남측 취재진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 참관 허가를 미루던 북한이 23일 입장을 바꾸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남측 취재진은 이날 오후 정부 수송기를 타고 동해 직항로로 방북했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보도를 통해 공지한 대로 지난 22일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취재진에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가는 고려항공 전세기를 제공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측 취재진은 끝내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고 귀국했다. 

  남측 취재진의 방북 거부 사태는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 관계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달 27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봄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던 남북 관계는 '맥스 선더' 한미 연합공중훈련,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대북 공개 비판 등을 북측이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진통을 겪기 시작했다.

  고위급회담은 개최 예정일 새벽 북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되고, 6·15 공동선언 18주년 공동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평양 회의'도 막판에 무산됐다.

  북측은 또한 관영매체 등을 통해 대남 비난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리선권 위원장은 남측이 자신들을 겨냥한 훈련을 감행하고, 태 공사의 대북 체제 비난을 '묵인·비호'하고 있다며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 적십자 중앙위원회는 수면 아래에 있던 중국 북한식당 집단탈북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이들의 송환을 재차 요구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정부 기관지 민주조선은 '맥스 선더' 훈련이 "북침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4·27(판문점)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외세와 야합해 북침광기를 부리는 남조선 당국"이라고 몰아세웠다.

  상황은 23일 오전 급반전됐다. 북측은 판문점 채널 개시 통화에서 남측 취재단의 명단을 접수했다. 그리고 판문점 채널 후속 협의를 통해 정부 수송기의 북측 지역 비행을 허가했다.

  북측이 태도를 바꾸기에 앞서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두 나라 정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 해소 방안도 논의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체제 안정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이 고위관계자는 덧붙였다.

  최근 한반도 정세 교착 상태의 원인이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겪을 수도 있는 성장통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동시에 북한의 '의지'를 미국 측에 보증해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북측에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최근 대남 비난 메시지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북 간 4·27 판문점합의의 성과를 선전해 왔다. 풍계리 핵실험장 남측 취재진의 방북 문제가 논란이 되긴 했으나, 그런 와중에도 당초 공지했던 일정대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추진하며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즉 남측에 대한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을 목표로 하는 이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차원에서 '경고'만 날리고 사태를 일단락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불만은 미국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남측을 향한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역설적으로 그만큼 남측을 잡고 가려는 간절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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