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감옥'에 갇힌 가자 주민들…"할 수 있는 건 시위 뿐"

기사등록 2018/05/16 14:27:44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2007년부터 이스라엘 봉쇄로 지역 경제 파탄...실업률 50%

associate_pic4【가자=AP/뉴시스】 30일 가자 봉쇄펜스 부근에서 행진 시위에 참여한 한 팔레스타인 여성이 이스라엘 군인의 사격 소리에 귀를 막고 있다. 2018. 3. 3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8살 때 시위에서 동네 형이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는 걸 봤다. 18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고립된 환경에서 우리가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시위 뿐이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가자지구에 사는 26세 청년 아흐메드 아부 타윌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처지에 대해 중동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이 같이 토로했다.

 타윌은 2000년 9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2차 인티파타(이스라엘 통치 저항 운동)를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아리엘 샤론 전 이스라엘 총리가 예루살렘 내 이슬람 성지를 전격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인티파다가 재촉발 돼 5년 동안 이스라엘인 1000여 명, 팔레스타인인 3000여명이 희생됐다.

 타윌은 "그때 난 어린이였다. 자라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 보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있는 대학에서 회계학 학위를 땄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밖으로 나가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이스라엘은 2007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집권하자 가자지구 경계선을 모두 봉쇄하고 외부와의 접근을 차단시켰다. 불법 무기 반입을 막겠다는 이유였다. 때문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서 옴짝달싹 할 수 없다.

 타윌은 가자지구에 있는 난민촌에서 가족들과 살고 있다. 여동생 2명도 그와 마찬가지로 직업이 없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아버지가 돈을 벌긴 하지만 봉급 절반이 매번 연체되고 있다. 전기가 부족해 단전이 잦다보니 어둠 속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게 익숙하다.

 탈출구를 찾을 수 없는 생활 속에서 가자지구 청년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시위 뿐이다. 타윌을 비롯한 청년들은 14일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계기로 열린 시위에도 참가했다.

 타윌은 "위험하긴 하지만 시위 만이 내 삶을 바꿀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며 "그들(이스라엘)은 우리의 꿈을 말살했다. 환경도 황폐화됐고 조업을 할 수 있는 수역은 6마일(약 9.5km)"이라고 말했다.

 타윌의 친구모멘 무테이르(26) 역시 같은 처지다. 그는 가자지구 시위의 배후가 하마스라는 이스라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주민들은 그들이 처한 인도적 위기를 헤쳐 나오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인적물적 교류를 철저히 통제하면서 역내 경제는 파탄에 가까운 상황이다. 실업률은 50%를 넘었고 거주 중인 팔레스타인인 120만 명은 난민이나 다름없다. 주민들이 사실상 '지상 최대의 감옥' 갇혀 있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가자지구 주민의 80%는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등 국제 원조단체들이 제공하는 지원에 의지하고 있다. 올해부턴 미국이 UNRWA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재정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와 주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작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이달 14일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미국의 조치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지에 힘입어 작년 말부터 또 다른 팔레스타인 자치구역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모두의 성지인 예루살렘은 1947년부터 국제법상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과 1967년 1·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 곳을 점령했다. 유엔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