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마샬플랜 나올까'…건설업계, 南·北훈풍에 ‘촉각’

기사등록 2018/04/24 14:57:02

대한건설협회, 내달 중 '통일포럼' 준비

현대아산 "정부가 가르마 타줄 것" 기대

【서울=뉴시스】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1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2017.12.10.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10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2017.12.10. (사진=조선중앙TV 캡처)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북한 비핵화 이슈를 다룰 남북 정상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회담이  냉전의 섬 북한 재건의 기틀을 놓을 이른바 ‘북한판 마샬플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지에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남북 정상이 비핵화의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채우고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북한은 물론 동북아에 큰 장이 설 수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아산(건설부문)을 비롯한 주요 건설업체들은 오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올 ‘공동 합의문’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경협 이슈는 논의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합의문이 추후 북미협상의 성패와 경협 재개여부를 가를 시금석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이 합의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문구가 실릴 지 ▲또 실린다면 어느 정도 수위일 지 등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 관련 문구를 선언적인 수준에서라도 명기한다면  5월 혹은 6월에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트 트럼프-김정은 양 정상이 비핵화에 합의하고, 본격적인 검증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비핵화 문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는 이 문구가 향후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 여부를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강성대국의 기치를 들고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유지해온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비핵화 절차를 착실히 이행하면 국제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자금이 미개척지인 북한으로 흘러들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대북 제재가 단계적으로 풀리면 그 일차적인 수혜 대상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이후 꽉 막힌 남북경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고, 개성 공단이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열린다는 뜻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거듭되는 핵실험을 하자 그 제재수단의 하나로  대규모 관광 등을 통한 이른바 '벌크머니' 유입을 가로막아 왔다. 

 여기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돈이 흘러들면 북한의 낙후된 사회간접자본(SOC)을 새로 짓는 ‘인프라 시장’도 활짝 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양도세 중과를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규제 기조,  경쟁이 격화되는 해외시장 등 내우외환에 시달려온 국내 건설업계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몸집'을 키울 비옥한 무대가 막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한반도에 부는 훈풍에 촉각을 곤두세운 대표주자가 현대아산이다. 현대아산은 지난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 이후 밀어닥친 한파를 온몸으로 맞아왔다. 남북경협이 중단되자 건설부문을 앞세워 지난 10년간의 보수정부 시절을 버티는 등 보릿고개를 건너왔다.  이재희 현대아산 부장은 “남북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첫 단추를 잘 꿰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구체적인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가 가르마를 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 남북경협이 중단된 지난 10년간 꾸준히 준비를 해온 상황"이라며 "(올들어) 4개월 좋아졌다고 해서 일희일비하지않는다"고 덧붙였다.

고 정주영 회장이 지난 1998년 소떼 1001마리를 몰고 방북하는 등 남북 교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현대건설은 오히려 차분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그런 것(남북경협 등)에 대해서 얘기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에 합의해도 검증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남북경협이나 북한 인프라시장 개방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미 봄기운이 뚜렷하다.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기류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져 경협이 재개되고, 북한에 큰 장이 서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건설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도 내달 중 ‘통일포럼’을 열기로 하고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이  '바람잘 날 없는'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성장 동력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고개를 든다. 북미 양국이 수교를 하면 국제기구의 지원자금이 북한으로 흘러들고, 이어 일본이 다시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이후 식민지배 배상자금을 공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자금의 규모를 2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북핵 문제에 가로막혀 서쪽으로만 뻗어나가고 동북 회랑에서는 멈춰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도 새 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의 돈이 북한으로 대거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일대일로는 대당성세의 기치를 든 중국 시진핑 정부가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복원해 국제사회와 공동번영을 도모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추진해온 대전략이다. 

 물론 남북·북미정상이 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틀에 합의한다고 해도 비핵화 검증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90년대 학생운동권을 풍미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55)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작년 12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뚜렷한 타임테이블이 있다”며 “핵·미사일 개발을 빨리 끝내고 경제개발에 집중하려고 할 것”이라고 핵·미사일 도발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그는 "북한이 국방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군인도 줄여 개혁·개방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을 한 뒤 경제 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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