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국선전' 지침 의도는?…내부결속·대미협상력 강화

기사등록 2018/04/24 12:38:16

美의 비핵화 일괄타결 아닌 점진적·단계적 비핵화 요구 명분

"최대한 시간벌기"하고 대미협상 실패시 북한주민 설득 용이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18.04.2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20일 평양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주재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018.04.22. (출처=노동신문)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핵 보유국을 선전하라'<▲뉴시스 4월24일자 '핵 보유국 선전하라' 내부 보도지침 보도 참조>고 내부에 지시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단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내부 결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과의 핵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핵보유국 선언 자체가 오히려 대미 협상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것과 같은 비핵화를 위한 일괄 타결이 아닌 점진적이고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뉴시스가 확인한 북한 내부 '보도지침'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것을 선언하고, 이것이 자신의 업적임을 주민들에게 교양하라고 지시했다.

 북한 노동당이 작성해 전국의 보도기관과 창작기관 등에 하달하는 보도지침에 따라 작성되는 기사 및 창작물들은 주민들의 정치 학습 및 강연 등에 활용된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현 정세를 어떻게 설명하고 이끌어가려는지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기본 자료가 되는 것이다.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이 북한 내부 사정을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핵 보유국'임을 계속 강조하는 것을 통해 대미 협상을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으로 이끌고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은 현재까지 그 어떤 문건을 통해서도 '핵 폐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 않으며 그렇게 해석될만한 문구도 찾을 수 없다. 단지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그 뜻과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별 협상을 추구해왔다. 비핵화 과정을 여러 단계로 잘게 쪼개 하나 포기하면 하나를 보상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누차 밝히면서 북한에 이른바 빅뱅 접근 방식으로 알려진 일괄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핵 보유국' 선언을 통해 협상 시점을 '핵 보유'에 두고 협상을 길게 끌고 나가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런 의도를 대미협상을 위한 사전 탐색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어느 정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면서 핵 폐기는 없을 것임을 기정사실처럼 만드는 것이 핵 협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마지막 순간 핵폐기에 동의하더라도 극적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아울러 보도지침에 담긴 주민 교육 내용이 대미협상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번 발표 전 주민들에게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한 사실 등을 전달하면서 "북남 관계가 빠른 시일 내에 장군님의 령도 밑에 개선 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최후 담판을 장군님께서 준비하고 계신다"는 내용의 강연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도요가쿠엔(東洋学園)대학교의 주젠룽(朱建榮) 교수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시간 벌기가 통하지 않을 것도 알기 때문에 전향적인 자세를 조금씩 보이면서 미국에 여러가지 양보를 얻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가능한 최대한 시간벌기 전략으로 협상을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고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결국 북한으로서는 내부의 결속을 한층 다지면서 이를 대외 협상력을 키우는 데 활용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