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떠밀리듯…조사단, 출범 75일만에 안태근 구속영장

기사등록 2018/04/16 17:51:42

서지현 검사 폭로 이틀 뒤 조사단 꾸려

안태근 2월26일 첫 소환…총 세번 조사

검찰 수사심의위 결론 따라 영장 청구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맡게 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 2월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2.01. taehoonlim@newsis.com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의 진상 조사를 맡게 된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 2월1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사건 등을 수사 중인 검찰 '성추행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출범 75일만인 16일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기소하라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안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지난 2월말부터 주목 받아왔지만 조사단은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출범 초기부터 제기된 검찰 내 '셀프조사'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외부 검증을 받은 후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은 서 검사가 지난 1월29일 JTBC에 나와 안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 등을 입었다고 폭로하면서 사회적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개 문제 제기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성추행 조사단은 서 검사의 폭로 이틀만인 1월31일에 꾸려졌다. 현직 검사가 방송에 직접 출연해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고 과거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서 파장이 크게 일었고,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속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단을 즉각 출범시켰다.

 조사단은 우선 피해자인 서 검사를 출범 직후인 2월4일에 불러 당시 성추행 상황과 입장 등 전반적인 진술을 들었다. 또 서 검사가 성추행 이후 2014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 당시 사무감사와 2015년 8월 통영지청 발령 등 부당한 사무감사와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 부분도 함께 조사했다.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하면서 관심은 안 전 검사장의 검찰 소환에 집중됐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장의 출국금지를 한 상태였고 한달여만인 2월26일에 직권남용 혐의로 안 전 검사장을 피의자로 공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안 전 검사장은 당시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말만 남겼다.

 이 과정에서 같은달 13일 법무부 검찰국을 압수수색해 서 검사의 인사자료 및 사무감사 등 관련된 자료를 확보하며 증거 수집에 주력했다. 검찰의 인사와 예산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을 법무부 산하 기관인 검찰이 압수수색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2월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에 위치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2.2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안태근 전 검사장이 지난 2월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 청사에 위치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02.26. [email protected]
또 같은 달 22일에는 안 전 검사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근무한 2015년 직속 부하였던 법무부 검찰과장과 검찰과 소속 검사 등 현직검사 2명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감찰 쪽에서 피해자를 확인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서 검사를 만났다는 임은정 검사도 검찰에 출석해 상황을 진술했다. 2010년 서 검사의 직속상관이었던 김태철 전 북부지검 부장검사와 이창세 전 북부지검장 등 관련자들도 잇따라 조사를 받았다.

 안 전 검사장의 조사 이후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 처리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조사단은 관련자 조사 등 추가 조사할 부분이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에 서 검사 측은 "한달 가까운 조사 기간에도 불구하고 사무감사 및 2차 가해에 대한 조사 등이 진전되지 않는 듯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 뒤 조사단에 2차 피해 등을 수사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참고인이지만 소환을 거부해 조사가 지연됐다. 결국 대면조사는 불발됐고 지난달 서면조사가 이뤄졌다. 최 의원은 2010년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 검사는 당시 그가 자신을 불러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안 전 검사장의 비공개 조사도 두차례 더 실시했다.  문 총장은 조사단으로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수사 경과를 보고 받았고, 직권남용죄 등 범죄의 구성요건에 집중해 보완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서 검사도 지난달 24일 한차례 다시 불러 수사내용을 점검했다.
조사단은 그 과정 속에 안 전 검사장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쉽사리 처리되지는 않았다.

 문 총장은 외부 검증을 통해 논란의 여지를 줄이고자 안 전 검사장의 기소 여부를 수사심의위 심의에 부쳤다.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돼 검찰 자체 결정만으로 공정성과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사건을 대상으로 심의하도록 하는 제도다.

 수사심의위는 조사단을 비롯해 서 검사와 안 전 검사장 측 대리인의 의견을 모두 듣는 등 약 4시간에 걸친 회의 끝에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라 조사단은 16일 안 전 검사장을 2015년 8월 서 검사의 통영지청 발령에 대한 인사권 남용으로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고, 조만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조사단은 이외에도 변호사 2명을 전문수사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서 검사의 2014년 사무감사의 부당성 여부에 대한 검토를 받고 의견서를 제출 받았다. 하지만 이날 영장 청구에는 사무감사 당시 안 전 검사장의 개입 부분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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