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인질극 전말…복지사 "심장 멎을 것 같던 3시간"

기사등록 2018/04/16 18:10:25

족발, 맥주 등 들고와 자필 문건 전달

"마음만 받겠다 돌려보내자 문 잠가"

복지사 "신문지에 싸인 칼 보고 신고"

 【서울=뉴시스】 16일 서울 마포구 한 요양원 사무실에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침입해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3시간 만에 체포됐다. 사진은 범행 당시 피의자가 사무실에 있던 직원에 전달한 문건. (요양원 측 제공)
【서울=뉴시스】 16일 서울 마포구 한 요양원 사무실에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침입해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3시간 만에 체포됐다. 사진은 범행 당시 피의자가 사무실에 있던 직원에 전달한 문건. (요양원 측 제공)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임얼 수습기자 = 16일 서울 마포구 한 요양원에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침입해 난동을 피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국무총리와 만나 노숙인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 범행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를 피해 숨어있던 피해자는 "소름이 끼치고 떨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4분께 서울 마포구 한 빌딩에 있는 요양원 7층 사무실에 침입해 3시간 만에 검거된 신모(62)씨는 범행 당시 사무실에 있던 사회복지사 2명에게 떡 등 음식물과 6장짜리 자필로 쓴 문건을 전달했다.

 그는 "떡을 먹으며 유인물을 봐 달라"고 말했으나 직원들이 나가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신씨는 출입문을 잠갔다. 경찰 조사 결과 신씨는 길이 30㎝ 가량의 가정용 식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신씨를 피해 내부 사무실에 숨어있던 사회복지사 김모(56·여)씨는 "너무 떨리고 소름끼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씨는 뉴시스 기자와 만나 "(신씨가) 족발 두 팩과 떡, 과일 그리고 캔맥주 3캔 정도를 가져왔다. 주는 자료는 받고 음식은 마음만 받겠다고 보냈다가 이후 확인해보니 철근 같은 것으로 문고리를 묶어 잠갔다"고 말했다.

 이어 "가져온 가방 위에 신문지로 싸인 칼을 보고 내부 사무실로 들어와 얼른 문을 잠그고 112에 신고했다"며 "심장이 멎는 줄 알았고 무서웠다. 너무 떨리고 소름끼쳤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신씨가 '죽여버리겠다'고 중얼거리기도 했다"며 "특공대가 진입하기 10분 전쯤엔 (김씨 등이 있는 사무실) 문을 두드리면서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그때 처음 칼도 빼들었던 것 같으나 곧 경찰특공대가 투입돼 잡혔다"고 밝혔다.

 김씨는 신씨가 한달반 전 쯤 요양원을 찾아 튀김을 전해준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이전에 고시원에서 살던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며 "당시에는 튀김만 주고 떠났다"고 밝혔다.

 요양원 측을 통해 입수한 유인물에 따르면 신씨는 범행을 통해 국무총리와 만나 노숙인 관련 대책을 요구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자살을 시도할 예정이었다.

 신씨는 유인물에서 자신에 대해 "7년여 동안 노숙인 시설 등 전전하며 생활했다. 그러므로 성실한 사람들마저 도박꾼 전락(하는) 실태(를) 잘 알고 있다"며 "2012년 2월 박근혜 당선자 인수위에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건물에서 검거 사건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는 신씨가 2013년께 고시원에서 난동을 피우다 검거된 사건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2013년2월께 이 요양원이 있는 빌딩의 고시원에 거주했다. 그는 고시원 문을 걸어잠그고 "성실한 근로자 채용 우선권 부여, 성실한 근로자 퇴사시 정부 차원 지원, 쉼터생활자 지원" 등을 요구하며 고시원 내부 사람들을 감금해 검거됐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요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된 신 모씨가 마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노숙인으로 알려진 신 씨는 요양원 사무실 문을 잠근 채 노숙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2시간만에 체포됐다. 2018.04.16.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1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요양원에서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된 신 모씨가 마포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노숙인으로 알려진 신 씨는 요양원 사무실 문을 잠근 채 노숙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2시간만에 체포됐다. 2018.04.16.    [email protected]
그는 이날 범행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 직접 만나 기자님들 지켜보는 가운데 실속 있는 약속을 받아 내려는것"이라며 "경찰 지휘관님 나는 식칼을 가지고 있소 누구를 해치려는 게 아니고 이낙연 총리가 무시한다면 자살하려는 것이오"라고 썼다.

 이날 서울 마포구 한 빌딩에 있는 요양원 7층 사무실에 신씨가 흉기를 들고 침입해 경찰과 대치를 벌이다 3시간 만에 체포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회복지사 2명은 내부 사무실로 이동해 문을 잠가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사무실 문을 잠근 채 노숙인 대책 마련과 국무총리 면담 등을 요구했다. 이후 국회의원 사무실과 언론사 등에 직접 전화했다.

 요양원 관계자로부터 신고받은 경찰은 위기협상팀을 투입해 3시간 가량 신씨에게 자진해서 물러날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대로 머물자 경찰특공대를 투입, 오후 1시10분께 검거했다.

 신씨는 검거된 뒤 취재진이 인질극을 벌인 이유를 묻자 "국민을 위해서"라고 답변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씨를 조사한 뒤 구속수사할 예정"이라며 "감금 혐의 적용을 검토 중으로 피해자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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