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디에이치자이 견본주택…70대 할머니부터 20대 부부까지 '인산인해'

기사등록 2018/03/18 18:03:00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오픈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18.03.1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오픈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2018.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18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 앞.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양재 터미널에 조성한 이 주택을 방문한 내방객들은 20대 신혼부부부터, 딸들을 모두 출가시킨 70대 초반 할머니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견본주택 앞은 마치  축제의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4-5세로 보이는 여자 아이를 목말 태운 채  견본주택을 빠져 나오며 활짝 웃는 20대의 젊은 아빠, 입장 순번을 기다리다 지친 듯 바닥에 신문지를 여러 장 깔고 앉아 있는 할머니와 어린아이들,  삼삼오오 어울려 "중도금을 어떻게 마련하려고 하느냐" 고 묻는 등 상대 의중을 묻는 중년 여성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10억은 있어야 할 텐데, 돈이 엄청 많으신가봐요”, “많기는 요. 그냥 구경 온 거예요”, “통장은 있으세요”, “통장도 없이 여기왔을까봐요”  2~3시간 줄을 선 채 기다리기가 지루했던지 방문객들은 서로 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기자에게도 어디에서 왔는지 질문이 날아든다. 영등포에서 왔다고 답하자, "요즘 거기가 핫한곳 아니냐"며 거기에 목동이 있냐고 재차 묻는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문정현(가명) 할머니는 청약에 나선 배경으로 손녀들의 교육을 꼽았다. 문 할머니는 강남구에서 살며 자녀 3명을 다 대학에 보낸 뒤 문정동으로 이사를 갔다고 했다. 하지만 장녀가 손녀딸 둘을 다시 강남구에서 교육시키고 싶어 해  견본주택을 방문했다. 그녀는 “집 한 칸이 없는 아들도 강남은 공기부터 다르다고 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문 할머니는 당첨만 된다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 중도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구에서 왔다는 한복선(가명)씨도 교육 문제를 거론했다. 늦어도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는 강남구로 이사가 중학교 진학을 준비해야 한다며 청약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중도금은 지금 사는 집을 팔아 마련할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도 했다. 또 친구 자녀들을 보니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도 내신 2등급에 들지 못하니 아무 소용도 없더라고 했다.

선글라스에 검은색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50대 여성도 20대 아들과 줄을 서는 내내 청약 전략을 숙의했다. 그녀는 “아파트 투유를 보니 환상형과 타워형이 있다고 한다. 어느 쪽에 집어넣어야 당첨 확률이 커질지 논의중”이라며 “이거(개포 자이)말고도 올해 서초 우성 아파트도 있다”고 말했다. 20대 아들은 줄곧 스마트폰을 검색하며 타워형과 환상형의 분양가차이 등 정보를 검색해 그녀와 공유했다.

이들은 줄을 서는 동안 대화를 나누며 청약전략과 형편을 탐색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을 사로잡는 화제는 단연 교육문제였다. 서울대를 진학해도 형편이 꼭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자녀들이 자식만큼은 강남에서 교육시키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문 할머니는 기자에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삼성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현재 아무일도 하지 않는 친구 아들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조성한 견본주택은 이날 문을 닫는다. 마감시간은 당초 6시지만, 오후 4시30분까지도 내방객들은 꼬리를 물었다. 줄이 조금씩 짧아지는 듯 하다가도 4~5명이 다시 줄의 꼬리를 형성했다. 견본주택 전시 마지막 날인 점을 감안해 밤 늦게까지 견본주택을 공개할 것이라고 방문객들은 입을 모았다.

견본주택에는 지난 금요일 이후 사흘간 무려 4만여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장 첫날 1만5000여명이 찾았고, 둘째 날에는 1만2000여명, 마지막 날에는 1만6000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줄이 길어 보통 2~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견본주택의 문턱을 넘을 수 있지만, 자녀에게 양질을 교육을  제공하고, 부를 쌓고 싶다는 이들의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12억4920만~14억3160만원이다. 중도금은 대출 받을 수 없다.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문객들은 기존 집을 처분해서라도 중도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오는 21일 해당지역 1순위 청약을 시작한다. 지하 4층~지상 35층, 15개동으로 구성된다. 1996세대 가운데 1690세대(전용면적 63~176㎡)가 일반 분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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