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더블데이트] 평창 빛낸 LDP무용단 임샛별·김성현

기사등록 2018/03/18 13:49:20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현대무용단 LDP무용단 단원인 임샛별(왼쪽)과 김성현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현대무용단 LDP무용단 단원인 임샛별(왼쪽)과 김성현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일사불란'의 끝판왕이었다. 지난달 25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현대무용단체인 'LDP무용단'의 춤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새로운 시간의 축'(Axis of New Time)은 볼거리가 넘쳤던 이 행사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약 40명의 LDP무용단이 중심이 된 무용 집단의 움직임과 미디어아트가 단순히 물리적인 조화를 이룬 것 이상이었다. 몸이 확장되고 수렴되는 기이한 경험이었다. 춤이 다른 예술과 결합되는 잠재력을 확인했다. 당일 공연 직후 LDP무용단 사이트는 접속자 폭주로 공연이 끝난 8시 55분쯤부터 당일 자정까지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LDP무용단 단원이자 블루칩 안무가 겸 무용수들인 동갑내기 임샛별(32)과 김성현(32)도 그날 이 무대에 있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큰 국가행사니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음악이 나오니까 공연에만 몰입이 됐다"면서 "그렇게 큰 공연장에서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 처음이라 특별한 경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LDP무용단은 이미 해외에서 유명한 단체다. 오는 8월29일부터 9월1일까지 열리는 독일탄츠메세에서 대표작인 '노 코멘트' 공식쇼케이스 공연을 한다. 또한 9월27일부터 10월2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펼쳐지는 '밀라놀트레 현대무용축제'에서 한국무용단 최초로 공연한다.

영국의 세계적인 아크람칸무용단에서도 활약한 임샛별은 "LDP무용단 단원들 중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한 안무가들이 있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다양성이 있다"면서 "그런 점들이 해외에서도 자연스럽게 주목하는 것 같다"고 봤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현대무용단 LDP무용단 단원인 임샛별(왼쪽)과 김성현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8.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현대무용단 LDP무용단 단원인 임샛별(왼쪽)과 김성현이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3.18. [email protected]
가장 뜨거운 현대무용단으로 통하는 'LDP무용단'이 오는 23~25일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제18회 정기공연'을 개최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동문무용단으로 한국현대무용계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평을 드는 LDP무용단은 팬들을 몰고 다니는 팀이다.

이 무용단이 창단된 2001년부터 매년 꾸준히 선보인 정기공연은 매번 만석이다. 현재 현대무용계 대표적인 안무가인 신창호, 차진엽, 김영진, 김동규, 이용우, 김판선, 김성훈, 이인수, 김재덕, 김보라 등이 거쳤다.

평창 올림픽 이후 첫 공연인 23~25일 대학로 소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치는 '제18회 정기공연'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이번 LDP 정기공연은 여느 해와 달리 해외 안무가 없이 임샛별과 김성현 그리고 이정민 등 LDP 정단원인 국내 안무가 3인 구성됐다.

엠넷 '댄싱9' 시즌2로 얼굴을 알린 LDP의 맏언니 임샛별은 이 무용단에서 이례적으로 여성 댄서만으로 구성한 작품 '소녀'를 올린다. 사회가 길들인 미의 기준으로 상처 받는 여성들을 그린다.

【서울=뉴시스】 임샛별 '소녀'. 2018.03.18.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샛별 '소녀'. 2018.03.18.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임샛별은 2014년 첫 안무작 감정노동프로젝트 '견딜 수 있겠는가…'를 업그레이드해 만든 '헬로(Hello)'로 2016년 스페인 마스단자 현대무용대회에서 '안무가상'을 받으며 안무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LDP 정단원 중 여성 댄서 8인이 모두 모인 '소녀'를 통해 숨어있던 여성 무용수의 기량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임샛별은 "사실 여성만으로 구성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에요. 리프팅을 할 수 없고 신체 무게를 이용할 수 있는 동작이 힘들 수 있다"면서 "하지만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드는 등 다양한 동작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더라고요. 여성무용수들로 장면마다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워풀하고 에너지틱한 무용수로서 임샛별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의 섬세한 뉘앙스는 다소 낯설 법도 하다. "제 성향이 다양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웃었다.

2013년 그리스헬라스국제무용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김성현은 이번에 신작 '이념의 무게'를 선보인다.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영화·다큐를 공부한 그는 연극적인 장치가 가득한 이번 작품에 영상을 적극 사용한다. 히틀러가 행한 다양한 폭력의 행태가 현대에도 다양하게 지속되는 모습을 발견한 뒤 폭력의 순환고리에 주목했다.

【서울=뉴시스】 김성현 '이념의 무게'. 2018.03.18. (사진 = BAKI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현 '이념의 무게'. 2018.03.18. (사진 = BAKI 제공) [email protected]
사회문제를 파고들어온 김성현은 "어떠한 일에 대한 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히틀러로 시작해 선동, 연설 등을 떠올게 하는 장면들이 옴니버스 형태로 펼쳐지는데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이 섞이는 무용극"이라고 소개했다. 기존 무용계에서 흔한 스타일이 아닌데, "안무가로서 저만의 결을 찾고 싶다"고 바랐다.

임샛별과 김성현은 몸의 기량이 절정에 달한 동시에 사유가 무르익어가는 30대 초반의 전성기를 맞이한 안무가 겸 무용수들이다. 하지만 일부 무용단의 유명세에도 여전히 열악한 업계의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나가는 중이다.

김성현이 영상을 공부하는 등 시간을 쪼개며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한 단면이다. 그는 "40대의 선생님들을 보면서 많는 은 걸 생각하고 느끼고 있다"면서 "과연 40대 때 어떤 안무가, 무용수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저를 성장시키면 그것이 40대에 나타날 거라는 믿음이 있는데, 관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과정보다 결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샛별은 "지금이 제일 혼란스런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무용수로서 적지 않은 활동을 했고 안무가로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지만 제가 원하느 것이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고민이 많아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당분간 쉬어 가고 싶다고 했다. "조급해하고 싶지 않아요. 외부에서라도 제 안에 있는 영감을 찾고 다양한 시각을 갖으면서 천천히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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