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분만에 5만원?'…산부인과, 안쓰러운 산모 유치 전쟁

기사등록 2018/03/18 09:13:56

최종수정 2018/03/19 12:21:09

 사상초유 저출산에 산부인과 출산비용 인하바람
 적정가의 최대 80%까지 인하…인근 병원도 인하경쟁 가세
 가격경쟁보다 감정문제로 상황커져…산부인과 경영난 가중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자연분만이 5만원, 제왕절개가 19만원'

 사상 초유의 저출산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산부인과들이 산모 유치를 위해 출산비용을 파격적으로 내리는 등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한 산부인과는 저출산 대책으로 산모를 응원하자는 취지로 3월 한달간 출산비용을 파격 인하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안에 신청하면 자연분만시(2박3일) 5만원, 제왕절개시(4박5일) 19만원의 출산비용만 내면 1인특실과 가족분만실, 무통분만, 산모 고급식, 초음파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영양제를 맞거나 특수약물을 투여, 병실연장, 신생아 검사비 등은 별도의 비용이 추가된다.
  
 통상적인 출산 비용이 자연분만시 35~40만원, 제왕절개는 50만원~80만원에 비하면 80% 이상 싸게 해주는 셈이다.

 그러자 인근 지역에 있는 또다른 산부인과도 '울며 겨자먹기'로 1인 병실료와 분만료, 식사 등을 포함한 출산비용을 5만원으로 한시적으로 낮췄다. 출산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환자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몇년전 다른 산부인과에서 20만원대의 저가공세를 수년간 계속해 시장을 흔들었다"면서 "가격경쟁이라기 보다는 사실 감정의 문제다. 출산비를 싸게 하고 환자를 유치하니까 다른 병원들이 가만히 있으면 환자가 없어져 병원 문을 닫아야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싸게 진료를 받고 분만을 하는 산모는 기쁘겠지만 병원들은 경영난이 더욱 악화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저출산으로 아기들이 줄면서 미용과 요양병원으로 전환하는 산부인과들은 저가 경쟁으로 경영난을 호소하거나 대학병원을 제외하곤 줄줄이 폐업하는 실정이다.

 이 산부인과 의사는 "산부인과는 생명을 다루고 사고가 많이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대로 환자를 캐어(care)하기 위해서는 3교대로 24시간 병원이 돌아가야 한다. 밤에 근무하는 당직 의사와 간호사, 마취과 등 직원들이 많아야하고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35만7700명으로 40만명선도 무너졌다. 합계출산율(여성 1인 평균 출생아 수) 1.05명으로 2005년 1.08명을 뛰어넘는 역대 최저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대로면 2020년대 중반부터 인구가 자연 감소한다

 그는 "산부인과와 소아과가 잘 안 되고 기저귀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저출산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출산율이 매년 떨어지지만 인구가 줄어든다고 산부인과에 있는 시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인건비는 많이 들고 수가도 싼데 출혈경영으로 병원 운영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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